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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물리학

일상생활에서 전기를 얻어내는 기술, 마찰전기 나노발전기 1편 / 전기 / 전자 / 배터리 / 최신기술 / 신기술 / 충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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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배터리, 블루투스 이어폰, 플래시, 알람시계 등. 전기와 배터리는 우리에게 걸어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편의들을 제공해 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충전의 자유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는 우리로 하여금 분노의 감정을 끌어올리게 한다.

 

 

  종종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의미 없어 보이는 전기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겨울철 스웨터를 입을 때 시작되는 광란의 폭죽놀이, 머리카락의 정전기, 털가죽으로 유리봉을 문지르자 따라오는 물줄기. 우리는 이를 정전기라고 부르며 이들은 대부분 서로다른 물질 간 마찰에 의해 형성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활 속 마찰에 의해 만들어진 전기들을 우리가 쓸 수 있는 전기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인간의 희생이 필요한 회전 운동 기반의 인력 발전기가 아니라 정말 살다 보니 생기는 이런 전기들을 말이다. 어쩌면 마찰 전기의 발생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물질들이 존재하고 이 물질들은 서로가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색, 촉감, 냄새, 맛으로도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있다. 전기적인 특성에서도 이러한 물질들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상태의 원자핵과 -상태의 전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질의 종류에 따라 전자를 끌어당기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물질이 만나면 어떤 하나는 상대적으로 전자를 잃기 쉽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전자를 얻기 쉬운 상태를 나타내게 된다. 물질들이 마주치면 서로 전자를 뺏고 잃는 힘에도 분명 그 서열이 있다.

 

 

  우리는 이 서열을 두고 마찰전기의 서열이라 하여 '대전 열'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서열표를 통해 어떤 녀석이 이 전자 뺏기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서열 표에 따르면, 우리 몸은 그 어떤 물질보다도 전자를 잃기 쉽고 플라스틱은 반대로 전자를 잘 뺏어간다. 덕분에 우리의 머리카락은 플라스틱 책받침에게 전자를 뺏겨 서로 다른 극성을 띄면서 공중에 머리카락을 띄울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마찰 전기의 존재는 기원전 6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의 영향력 있던 탈레스가 당시 귀부인들이 장식할 때 쓰던 호박이라는 보석을 양피로 막 비벼대니 먼지가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부터 그 존재가 인지되어왔다. 전기의 영어 단어가 electric인 이유도 바로 이 호박 보석의 그리스어가 elektron인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찰전기를 이용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로 수확하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은 그로부터 2000년도 더 지난 17세기에 들어서야 서서히 실물로 등장하게 된다. 1663년 독일의 과학자 오토 본 괴리케의 최초의 정전기 발생 장치를 필두로 1706년 영국의 과학자 프랜시스 혹스비가 개발한 정전기 발생기가 등장하였으며, 1880년 영국 해군 엔지니어 제임스 윔즈 허스트 윔즈 허스트 머신과 1929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밴더그래프의 밴더그래프 발전기는 마찰 전기에 의해 생성된 전기를 축적시켜 고전압의 정전기를 형성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전기의 축적이 임계값에 도달하면 두 전극 사이에 방전이 발생하게 되어, 우리 눈으로도 직접 축적된 전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 장치들은  많은 이들에 의해 교육용으로 재현되거나 영감을 주고 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찰전기로부터 설계된 기술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마찰 전기들을 곧바로 수확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 허무맹랑해 보이는 질문에 대해 주목할만한 대답이 처음으로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채 안된, 2012년 미국 조지 아택의 종린 왕 교수의 연구실이었다. 그들 안 압전소자(Piezoelectric)라는 압력에 의해 전기가 발생되는 소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소자 샘플이 한 번은 헐겁게 패키징이 되어서 소자 내 기판들이 밀리거나 완벽하게 붙지 않은 불량 샘플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 느슨하게 포장된 기판의 밀림이나 접촉으로 인해 압전소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전기가 추가로 발생되는 것을 확인한다. 이러한 결과는 연구의 목적과는 관련이 없는 현상이었기 때문에, 연구진들은 이러한 현상을 표면에서 일어나는 정전기 효과 정도로 보고하고 그냥 무시해버렸다.

 

 

  그러다 문득 왕 교수는 결과의 뚜껑을 다시 열어본다. 갑자기 소름이 돋은 조지아텍 연구진들은 과거로부터 조상 대대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마찰 전기 서열표를 책상 위에 펼친다. 그리고는 페트병와 Kapton이라는 또다른 플라스틱 간 마찰전기 서열의 차이를 확인하고는 이 두 플라스틱이 만드는 마찰 전기가 비로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류로 생성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그것도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들만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렇게 조지아텍 연구팀은 새로 발행된 저널인 나노에너지 첫 번째 볼륨에 논문 한 편을 게재하는데, 단순한 접촉이나 흔들림과 같은 주변에 볼 수 있는 마찰 전기로부터 작은 전기들을 수확할 수 있는 마찰전기 나노발전기, 약자로는 'TENG'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술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두 물질의 표면 간 마찰로 인해 생기는 전자의 이동이 두 기판 간 전기적인 위치에너지의 차이를 만들고, 외부에 연결된 전선에서 이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마찰이 반복될수록 전류는 계속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연구진들은 이러한 마찰 전기를 이용해 LED전구를 켜는데 성공한다. 작은 접촉들만으로도 수확될 수 있는 전기는 이제 우리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우리는 이제 만보기를 쓰면서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과 옷깃만 스쳐도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 TENG기술은 우리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실제로 2012년 이후 과학계에서는 다양한 TENG연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조지아텍은 마찰전기 서열을 잘 참고하면 모든 물질이 마찰 전기 발전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옷에 들어가는 실들로 TENG기술을 개발한다. 연구진들은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섬유를 이용해 마찰전기를 형성시키고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섬유 양단으로부터 전도성 은 섬유를 활용해 전기를 끌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된 직조 방식을 이용하여 연구원들은 옷과 신발을 신었으며, 이를 이용해 걷거나 팔꿈치를 구부리는 일상적인 움직임만으로도 LED를 구동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이 기술은 기존에 사용되던 섬유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전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진짜 의류처럼 세탁도 가능한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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