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탈모 때문에 고민해본 적 없는가? 그렇다면 정말 축복받은 사람일 것이다.
탈모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두려운 존재이다. 그 고통과 스트레스는 방대하지만, 탈모 치료에 대한 자료는 정말 미약하다.
그런데 약물치료가 아니라 공학적인 접근으로 탈모 치료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면 믿겠는가? 최근에는 공학자들이 뛰어들고 있는 최신 탈모치료기술이 있다고 한다.
Alopecia로 불려진 탈모는 미국에서만 5000만명 이상의 인구만큼이나 고통받고 있는 질환이다. 그 수만 해도 대한민국 인구를 육박한다.
탈모가 워낙 정복하기 어렵다 보니 그동안 탈모 치료 접근은 샴푸, 약, 마사지, 모발이식 등 수많은 방법들이 전방위적으로 동원되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미국 FDA나 식약처에서 인증됨과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람이 혜택 받고 있는 방법이 있다면, 미녹시딜이나 피나스테라이드같은 약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모든 약이 그렇듯, 약을 통한 치료는 부작용에 대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먹는 약인 피나스테라이드의 경우 성기능 장애, 털 과다증, 태아 결함과 같은 알려진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탈모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크나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발생 비율이 1~2%수준으로 낮고, 미국 FDA에서 부작용보다는 효과로 얻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허가를 내준 것이지만, 그래도 부작용이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효과 면에서도 이러한 약물 처방은 모낭의 수를 늘리기보다는, 탈모 증세를 감소시키는 수준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모두들 탈모는 '치료'가 아니라 '예방'이라고들 한다. 약을 복용하는 것도 그런 의미와 상통한다.
이러한 아쉬운 점에, 모발 이식 기술은 직접 건강한 모낭들을 탈모 부위에 옮겨 심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고비용의, 시간을 들여 병원을 찾아가는 불편한 작업이었다. 이러한 탈모 치료의 단점들이 존재하는 동안 공학분야에서는 1960년대 레이저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레이저 사용에 따른 안전문 제애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때마침 헝가리의 의사 '앙드레 메스터'는 낮은 전력의 빨간색 루비 레이저를 쥐에 노출시켰을 때, 이에 따른 발암 여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레이저는 쥐의 피부에 암을 유발하기는커녕 오히려 해당 영역 주변에 털이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레이저를 통한 이러한 치료 연구는 '저전력 레이저 세러피'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50년 넘게 다양한 인체 부위에 대해 사용될 동안 주목할 만큼 낮은 부작용 발생률을 보여왔다. 이러한 레이저 광 치료는 휴지기에 있는 모낭을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활성기 모낭의 증식을 자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Lasecomb이라는 상용 레이저 탈모 치료기기도 등장한다. 이 제품은 비록 약이나 공식적인 치료법은 아니지만, 2007년과 2011년에 각각 남성 및 여성 탈모에 대한 치료 기기로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2018년 미국 유명 저널 중 하나인 ACS Nano에는 한국의 KAIST 연구진과 하버드 메디컬 스쿨 연구진들이 힘을 모아 적색 LED를 이용한 휴대용 탈모 치료기술도 선보인다. 650nm 파장의 빨간색 LED가 피부 밑의 모낭에 대한 자극을 도울 수 있으며, 부작용 없이 모낭의 성장기와 증식을 활성화시킨다는 기존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말이다.
연구에서 소개된 소자는 아주 유연한 패치 형태로 제작되어있으며 발모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12마리의 생쥐에 대해 20일 동안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미녹시딜을 주입한 생쥐와 비교하여 1.5배가량 더 넓은 부위에 모발이 재성장 하는 것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모발의 길이 역시 두 배 더 긴 길이로 성장하는 것을 확인한다.
그러던 그때, 빛이 아닌 전기적 자극을 이용해서도 탈모에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1990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스튜어트 매딘 교수와 연구진들은 임상적인 시도를 통해 펄스 형태의 전기장을 이용하면 두피를 자극함으로써 모낭 증식을 촉진시키고 이렇다 할 부작용 없이 탈모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한다.
36주의 실험 동안 백인 남성 30명 중 29명에 대한 탈모 증세가 멈추거나 오히려 모발이 재성장 하는 효과를 본 것이다.
그 후 이 기술은 전기적 발모라고 불려지게 되었으며, 최근까지도 이 기술을 이용해서 두피 내 모낭을 자극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들을 찾는 연구들이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처음 제안되었던 상용 치료장비는 일상에서 사용하거나 휴대하기에는 그 부피나 전력공급 문제에서 한계가 있었다.
2019년 9월,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Xudong Wang'교수팀은 이러한 기술을 웨어러블 형태로 만들어 자가발전이 가능한 탈모 치료 기술을 개발한다.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이용해 마찰 전기를 발생시키고, 이를 다시 두피에 자극하여 탈모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해당 연구진들은 이렇게 털이 없는 쥐의 등짝에 제작된 소자를 부착하고 결과를 지켜봤다. 그 결과 놀랍게도, 미녹시딜과 비교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모낭 증식과 모발 성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기술은 곧 배터리에 대한 요구를 없앰으로써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의 탈모 치료 기술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사실 탈모에 대한 치료와 빛이나 전기를 이용한 공학 분야가 서로에게 어떤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호기심과 다양한 실험을 통한 발견들은 매번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을 것만 같았던 미래에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제시해 왔다. 물론 인체에 사용되는 기술인 만큼 이러한 연구들에 대한 다양한 검증과 조사들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빛과 전기로 탈모를 치료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현대를 살아가는 것에 상당히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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