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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물리학

블랙홀의 실재 그리고 관측. / 블랙홀의 관측 / 증거 / 발표 / 노벨 물리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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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서 가장 경이로운 존재라 함은 단언컨대 '블랙홀'이 1순위이다.

일단 블랙홀이 무엇일까? 그것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단어 그대로 블랙(Black), 홀(Hole)로 쪼개서 우주에 난 검은 구멍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지금까지 블랙홀을 다루었던 만화나 영화 등에서 묘사된 형태가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주에 그런 구멍은 없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존 휠러가 블랙홀이라고 이름 붙이기 전까지는 이렇게 유명하지도 않았다. 그 정체는 사실 죽은 별이다.

이 죽은 별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우리는 이 별의 시체를 블랙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럼 왜 이 별의 시체가 빛조차 빨아들이는 우주의 검은 구멍이 되어버린 것일까?

 

 

  우선 별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별이 빛나는 이유를 최초로 밝혀낸 과학자는 천체물리학자 한스 베테였다.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중력으로 인해 서로 끌어당긴다. 별 내부도 마찬가지로 서로 뭉치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너무 과하게 부딪히게 되면 굉장히 극심한 충돌로 빛과 열을 내며 폭발한다. 마치 출근시간의 지옥철처럼 말이다. 폭발하는 힘은 다시 뭉치는 중력을 밀어내게 되고, 중력과 폭발력이 평형을 이루면 적당히 크기를 유지하며 밝게 빛나게 된다. 태양은 이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만약 별이 엄청나게 크다면, 내부에서 아무리 폭발이 일어나도 중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부 무시하고 그대로 한 점으로 모이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크기는 없고 질량만 남아있는 '블랙홀'이다. 막대한 질량 때문에 엄청나게 강한 중력만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에 서있을 수 있는 이유는 지구가 우리를 당기고 있기 때문에다. 그런데 만약 지구의 반지름이 0에 가깝게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중력 때문에 그대로 지구 중심을 향해 곤두박질칠 것이다. 크기가 없이 중력만 남아있기 때문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검은 구멍과 비슷하며, 이런 블랙홀을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우주에 이렇게 혼자 존재하는 별이 매우 희귀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별들은 다른 별과 함께 회전하고 있다.

 

  1963년 뉴질랜드의 과학자 로이 커가 두 개의 별에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경우를 최초로 발견했으며, 수많은 블랙홀들이 이렇게 탄생한다는 것을 깨닫고, 커 블랙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두 개의 거대한 별이 있다. 둘 중 하나가 블랙홀로 변하게 되면, 나머지 한 녀석은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블랙홀 주위를 빙빙 돌면서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결국 원반 모양으로 블랙홀 주변을 감싸게 되는데, 이걸 강착 원반(accredtion disk)라고 부른다. 이때 먼저 들어가려고 싸우다 서로 부딪혀서 마찰열로 인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블랙홀은 빛조차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블랙홀 내부의 정보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즉, 우리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의 경계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아슬아슬한 경계가 있는데, 이러한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른다. 블랙홀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그 경계면 바깥으로는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았다. 바로 이 사건의 지평선에 걸려있는 우주의 빛들과 블랙홀 주변을 감싸는 강착 원반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실제 우주에 존재하는 블랙홀과 가장 흡사한 형태가 등장했다. 바로 영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가르강튀아이다. 무려 4년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킵 손 박사와 고민했던 조나단 놀란은 형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기존과 차별화된 현실적인 블랙홀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처음으로 만들어낸 블랙홀은 회전을 고려하여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왼편을 밝게 표현했다. 이후 밝기를 조절하여 어두운 부분을 없앴고, 마지막엔 이미지 처리를 통해 영화 속에서 우리가 봤던 그 블랙홀을 만들어냈다. 물론 실제가 아닌, 실제일 가능성을 갖고 있는 가상의 블랙홀이었다.

 

  20세기 말, 과학자들은 마치 강력한 중력으로 붙잡혀있는 것처럼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별들을 발견한다. 너무 멀고 어두워서 별들의 중앙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성능이 좋은 망원경이 있다면 그 안에서 블랙홀 근처 사건의 지평선을 직접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정도 성능이라면, 망원경의 크기가 지구만큼 커져야 한다. 인류가 만들어낼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바로 간섭계를 이용한 전파망원경.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멀리 떨어트려놓고 동시에 관측할 수 있도록 연결하면 그 떨어진 거리 크기의 망원경 한 대와 동일한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걸 활용해서 2017년부터 6개의 대륙에 8대의 망원경을 연결하여 지구 크기의 망원경을 만들고 지구 크기의 망원경을 만들고, 매우 정밀한 원자시계로 시간을 맞춘 뒤 찍기 시작했다. 바로 Event Horizon Telescope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이라는 범세계적인 공동연구였다.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공상과학이라고 봐도 될 만큼 모험적인 시도였다. 목표는 빛으로 5500만 년을 가야 할 정 도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8대의 망원경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지구의 자전을 이용하여 망원경들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촘촘히 관측했으며, 관측된 결과는 총용량이 5페타바이트로 고속 웹하드로 전송해도 수십 년이 걸릴 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그래서 각 관측소의 하드디스크를 항공편으로 취합하였으며 그렇게 모인 하드디스크 무게만 0.5톤에 달했다. 이 연구에는 자랑스럽게도한국 천문연구원의 손봉원 박사님을 비롯해서 다수의 한국 과학자들도 열정을 더했다. 과연 블랙홀 근처 사건의 지평선은 기대했던 것처럼 관측되었을까?

 

  어떠한 예측이 너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면 어떨까? 임의로 고른 로또 번호 6개가 정확하게 예측한 대로 들어맞는다면, 그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19년 4월 10일.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놀랍게도 블랙홀은 실제로 존재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모아 온 상상 속 이야기들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믿어지지 않던 사건의 지평선도 분명히 있었고, 중력 때문에 빛이 휘는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어느 방향에서나 동그랗게 보일 거라는 아인슈타인의 예측도 정확하게 일치했다.

 

  아래쪽에서 나오는 강한 빛은 강착 원반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주었다. 우리는 블랙홀이 있을 거라고 예측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수백 년 전부터 예견된 우주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는 누구도 본 적이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이 경이로움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인류는 이제야 겨우 반지 모양의 동그라미를 봤을 뿐이라는 말도 맞다. 그저 뿌연 이미지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뛰어갈 방향을 알았고, 도착할 목적지를 발견했다. 가는 경로에서 발견하는 사소한 문제들은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즐거운 유희일 것이다.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의 모든 탐험이 끝나는 때가 되어야 비로소 시작이 어디였는지 처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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