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단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다. 등, 하굣길이나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자가용 등 때로는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도 한다. 이러한 교통수단이 발전하기 전, 인류는 걷고 달리며 일정 수준 이상으로 빨리 뛰거나 오래 뛰지 못한다는 한계를 깨닫게 된다. 때문에 인간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말을 탄다던지, 마차를 만들던지 하여 동물의 힘을 빌리거나 뗏목과 돛단배 등을 만들어 이동수단을 발전시켜왔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비행기와 자동차가 등장하여 인류로하여금 새로운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동수단의 역사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필연적으로 환경의 파괴와 대량 인명 손상을 동반해왔다.
예를들어 철도의 발달로 인해 수많은 자연이 훼손되고, 비행기나 선박 등이 사고가 한 번 났다 하면 대형사고가 되는 게 허다했다. 게다가 단순히 편리함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출퇴근길의 버스와 지하철은 항상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비명과 한숨으로 넘치고, 버스나 택시, 자가용을 탄다고 하더라도 꽉 막힌 도로 위는 내가 있는 차선만 막히는 것 같다.
비록 앞으로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의 발전은 우리에게 전에 없던 자유와 만족을 주겠지만 향후 자동차 이용의 증가로 인해 보다 더 혼잡한 도로 상황이 될 것임을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앞장서서 발전시켰던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 또한 이 기술들이 앞으로 골칫거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예감했다. 평소처럼 바쁘게 출근하던 2016년 어느 날 짜증이 머리 끝까지 솟구친 엘론머스크는 당장 트위터를 켜서
"교통체증 때문에 미쳐버리겠다! 터널 뚫는 기계를 사서 땅을 파버리겠다!" 라는 문구를 남겼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엘론 머스크는 승강기를 이용해 지하 터널로 이동하는 내용의 '하이퍼루프 알파'라는 제목의 논문을 Space X 홈페이지에 업로드한다. 개미집과 같은 3차원 터널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그는 이어서 터널 뚫는 회사 The Boring Company를 설립하더니 곧장 Space X 본사 내에 폭 9.1m, 길이 15m, 깊이 4.6m의 테스트용 터널을 파기 시작했다.
사비를 털어 LA국제공항까지 이어지는 4.3km 길이의 터널을 완공하고 테스트 주행까지 마침으로써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전시관을 지하에서 연결하는 'Vegas Loop'를 구축하게 된다. 하이퍼루프를 통해 여행시간을 단축하겠다는 The boring company의 계획에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었다.
그러나 실제 탑승자의 후기는 기대에 못미쳤다. 생각보다 레일이 울퉁불퉁해서 자동차 내부는 심하게 요동쳤고 속도 또한 알려진 것보다 느린 시속 40마일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이퍼루프가 갈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Boring Company의 전기자동차용 지하터널은 많은 과학자 및 공학자들에게 하이퍼루프 발전을 향한 영감을 주었다.
하이퍼루프라는 개념은 엘론 머스크가 갑자기 떠올린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1799년 영국의 엔지니어 조지 메드허스트는 처음으로 튜브 형태의 운송관에 화물과 승객을 운송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었다. 그는 밀폐 튜브와 내부의 공기압력을 이용한 수송 시스템에 대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후대 과학자들의 연구 끝에 1824년에는 튜브 내부 공기압력으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방법이 존 밸런스에 의해 특허 출원이 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다른 분야에까지 알려져 문학에도 등장하게 된다. 소설가 쥘 베른은 자신의 소설 'Paris in the 20th centry'에서 터널과 압축공기를 이용한 교통시스템에 대해서 쓰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알프레드 엘리 비치는 터널 압축 공기 열차라는 명칭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뉴욕 지하에서 실제로 운행이 되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는 미국의 엔지니어 로버트 고다드에 의해 진공튜브에 자기부상 개념이 더해졌다. 이를 적극적으로 연구한 것이 스위스 국가 교통 프로젝트 '스위스 메트로(Swissmetro)'였다.
터널 내부를 0.1기압으로 낮추고, 자기 부상을 통해 열차를 시속 500km로 운행하는 시스템을 제안한 것이다.
당시 미국 또한 MIT연구진이 뉴욕과 보스턴을 4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진공터널 자기 부상 열차 시스템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하이퍼루프란 하이퍼소닉(hypersonic) 극초음속으로 이동한다는 의미의 하이퍼와 진공터널에서 열차가 순환한다는 loop가 합쳐진 이름이다. 직경 3m안팎의 밀폐된 튜브 형식으로 만들어진 운송관 내부의 기압을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고 자기 부상 및 추진시스템을 이용하여 캡슐 형태의 차량이 시속 1000km이상 초고속으로 운행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하이퍼루프는 접촉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튜브 밑면으로부터 부상시키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완전한 진공상태는 아닌 1/1000 기압의 진공에 버금가는 상태 즉, 아진 공상태를 갖춘 튜브 안에서 이동시킨다. 원천적인 저항요인들을 배제시켜 속도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때문에 하이퍼루프의 핵심기술은 튜브의 기술과 튜브 내부의 컨디션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첫 번째로 튜브 재질. 내부 진공도 유지를 위해 가장 적합한 소재로 꼽히는 것은 철강이었다. 접합과 진공 유지, 보조설비 추가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외부와의 통신에 필요한 전자기파 대부분을 반사하여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다행히 신소재의 발전과 함께 철강을 대체할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었는데, 특히 탄소섬유 복합체는 경량성과 하중을 견디는데 탁월하여 철강을 대체할 강력한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재질만큼 그 내부의 컨디션 조절도 중요하다. 캡슐 차량을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 진공 튜브 내부에 공기주입구를 개방하여 공기를 주입하는 동시에 캡슐 전면부에 설치된 공기 감속기를 이용해 속도를 단번에 감속하는 것이 하이퍼루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가속 시에 발생하는 피크 부하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도 중요한데, 이를 신재생 에너지와 연결시켜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튜브 외부를 태양광 패널로 설치하고 주변의 풍력 단지 전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렇듯 하이퍼루프 공학과 응용과학의 기술들이 융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학문 융합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하이퍼루프의 등장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역사적으로 그래 왔듯 시공간에 대한 인식 자체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과 부산 간의 통행이 5시간 정도 소요되다가 KTX가 등장한 이후로 약 2시간 40분으로 단축되었다. 국내형 하이퍼루프인 '하이퍼 튜브'를 개발 중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축소형 주행시험을 통해 하이퍼 튜브가 시속 1000km를 낼 수 있다는 성과를 입증했는데,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20분 만에 오갈 수 있는 놀라운 속도이다. 항공기처럼 복잡한 탑승수속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퇴근하고 부산에 있는 집에 갈 수 있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국토 공간 이용, 통행패턴, 교통수요의 증감은 너무 많은 요소가 겹쳐져있고 이에 다른 상반된 의견도 존재하기에 쉽게 예측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루프가 가성비만큼은 보장할 것이라고 엘론 머스크는 말했다. 그는 기존 철도공사보다 1/10 수준으로 저렴하게 하이퍼루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국토가 넓지 않은 나라에 알맞은 교통수단이라 판단하고 하이퍼루프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해보니 용량 한계는 있지만 설치비용에 있어서 고속철도보다 37% 낮아 투자 대비 효과가 큰 것으로 검토되었다고 한다. 하이퍼루프가 자리 잡은 이후 짧은 거리에서도 비교 우위를 가지기 시작하면 자율 주행 시장에서는 최고 제한속도를 높이려는 경쟁으로 이어져 좋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교통수단은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고 저렴한 것을 넘어 무엇보다 더 친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막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그에 걸맞게 하이퍼루프의 가속에 사용되는 '선형 유도 모터'는 튜브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충전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에너지 소비량은 항공기의 8%, 고속철도의 30% 수준이라서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탁월하고 소음도 없으며 연료비도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점을 갖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기상조건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에 운송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영국이 적극적으로 트럭 대신 화물 운송용 하이퍼루프를 선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테크 스타트업인 '매그 웨이'가 직경 90cm의 자기 부상 열차 터널을 지하만이 아니라 고속도로 옆쪽에도 배치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겠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이제 하이퍼루프는 더 이상 영화나 소설에서 볼 법한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단점과 한계가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교통수단일수록 예기치 않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는 점. 하이퍼루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때문에 하이퍼루프 연구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안정성이다. 안정성에 대한 우려 중 하나는 시속 1200km로 운행하는 하이퍼루프가 곡선주로를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이다. 회전운동에 대한 가속도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탑승객들이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속 전투기를 비행하며 겪는 가속도와 비슷하기 때문에 격심한 진동까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위해서라면 거의 직선 주로만 가능한데, 국내의 경우를 고려하면 다소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주로 직선 운행이 가능하겠지만, 약간의 커브 주로로 가고자 할 때는 속도를 줄이기만 하면 된다. 더불어 하이퍼루프의 연구진들의 도전적인 목표는 초음속에 가까운 속도가 불러일으키는 'Kantrowitz limit(공기 질식)'에 대한 해결이다. 공기 질식은 기체역학에서 설명하는 이론인데, 이 현상은 튜브 내부를 진공상태로 보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세한 공기가 남아있어 열차와 튜브 사이의 공간이 좁아지고, 열차의 속도가 초음속에 가까워지는 순간 공기의 흐름이 탁! 하고 막히는 것이다. 주사기의 피스톤을 밀 수록 안에 있는 공기 압력이 바깥의 공기 압력보다 커지기 때문에 힘을 주지 않으면 피스톤이 밀려 나오려고 한다.
예시로 들었던 주사기가 그렇듯 하이퍼루프의 고속 이송에 따른 튜브 내부의 단면적인 변화로, 캡슐 앞부분의 공기가 압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엘론 머스크는 캡슐 전면부에 압축되는 전단부의 공기를 후단부로 배출시키는 용도로 팬을 장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팬을 통해 얻은 공기는 또한 캡슐 바닥으로도 분출하게 되어 캡슐이 튜브 내에서 공중 부양하는 것을 돕기도 한다. 이러한 공기 부상 방식은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인 기존의 자기 부상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캡슐 튜브 내 공기 사이의 마찰력으로 인해 생기는 상당한 열은 하이퍼루프 내의 장치들을 손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구조의 특성상 기존의 열차 분기 제어를 이용할 수 없다는 난점도 있다.
그 밖에도 밀폐된 내부 구조 탓에 응급상황 시의 대처방안들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탑승객들이 느낄 폐쇄감 해소를 위해 차량 천장에 가상으로 구현된 하늘과 오로라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여러 하이퍼루프 개발사들이 제안하고 있다.
이 모든 고민들을 안고 최전선에 있는 버진 하이퍼루프가 라스베이거스 인근 네바다 사막에서 2020년 11월 8일 첫 유인 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상업 주행을 목표로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를 12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노선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유럽의 하르트 하이퍼루프는 네덜란드에서 30m 규모의 시설에서 최초로 하이퍼루프의 노선변경 시스템을 시연했다.
한편 놀랍게도 한국은 엘론 머스크가 하이퍼루프를 제안하기 4년 전인 2009년부터 튜브 트레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실물 크기보다 축소 제작한 시험운행에서 최고속도 시속 1019km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타타스틸과 하이퍼루프 상용화의 지름길이 튜브 제작기술에 달려있는 만큼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핵심 자이 개발 4년 시속 1200km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테스트 베드 구축 6년 죽, 10년 뒤면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의 완벽한 기술을 가진 한국형 하이퍼루프 '하이퍼 튜브(HTX)'가 개발 가능하다고 한다. 교통체증 때문에 난 짜증 하나로 시작한 하이퍼루프의 트리거 엘론 머스크는 말했다.
"내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구세주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슬퍼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속도부터 환경까지 책임지려는 하이퍼루프라는 미래를 생각하다 보면 그것은 저절로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슬픔에서 인간을 구해내기 위한 과학의 마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하이퍼루프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를 믿고자 하는 노력 덕분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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