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포스팅 중에, 암흑 물질(Dark Matter)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이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도 명확하여 각종 이론 및 방정식의 빈 퍼즐 혹은 빠져있는 톱니바퀴 역할을 하던 그 암흑 물질.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암흑물질의 존재가 불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있다.
과연 어디서 나온 이야기이며, 신빙성 있는 이야기일까?
미지의 물질인 암흑물질. 그 존재를 주장했던 사람은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이다. 그는 1933년, 한 은하단을 관찰하다가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는데, 바로 은하들의 공전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랐던 것을 발견했다. 기존의 방정식을 대입해보면 이는 설명이 될 수 없는 속도였다.
빠르게 공전하는 은하단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붙잡아 두려면 관측되고 있는 물질의 중력보다 훨씬 큰 보이지 않는 질량이 존재했어야 하는데, 바로 그 존재를 암흑 물질이라는 것으로 가정하였던 것이다.
1976년, 비슷하게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 역시 은하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바깥쪽 별들의 공전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빠르게 움직이는 별들을 잡아두려면 역시 더 많은 질량과 거기서 기인하는 중력이 필요했다. 설령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의심하는 과학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2020년 11월 20일, 천체물리학 저널에 한 논문이 올라오는데, 바로 암흑물질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논문이었다.
세종대학교의 채규현 교수는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새롭게 알아낸 사실을 발표했다. 바로 수정 뉴턴 역학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재 은하의 움직임을 암흑물질이라는 존재 없이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수정 뉴턴 역학이 어떤 것이기에 그럴까?
수정 뉴턴 역학은 1983년, 이스라엘의 물리학자'모르더 하이 밀 그롬'에 의해 제안되었다. 그는 암흑물질이라는 존재에 결코 동의하지 못하던 과학자들 중 한 명이었는데, 암흑 물질을 거부하기 위해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만들어내고 쌓아온 역학을 수정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 고전역학에 대한 도전은 과학사적으로 보면 이번뿐 만이 아니었다.
이미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양자역학을 세상에 내놓으며 뉴턴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에 접근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역시 기존 뉴턴 역학을 보완해냈다. 그들은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이론을 수정하는 방법을 택해왔고, '모르더 하이 밀 그롬'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은하와 별의 이러한 움직임들이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로 설명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천체의 증가하는 회전 속도에 관한 관측 결과에는 무언가 패턴이 있는 듯해 보였다.
정체를 알 수 없고 직접 관측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존재를 도입하기보다는, 새로운 상수를 도입하여 뉴턴 역학을 수정하는 편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했기에 생겨난 것이 바로 수정 뉴턴 역학이다.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은 질량이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중력을 만들어내기에, 관측 결과가 예상과는 달리 더 강한 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암흑물질은 그야말로 구원투수의 역할을 해왔었다. 그러나 수정 뉴턴 역학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중력을 다른 형태로 만들어내려 한다.
가속도가 0에 가까울 정도로 작아지면, 중력이 기존 뉴턴 역학에서 예측한 결과보다 훨씬 강해진다는 것이다. 아주 거시적인 세계에서는 일반적인 뉴턴 역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가속도라는 특성에 따라 변화하는 중력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수정 뉴턴 역학에서 만약 가속도가 매우 크다면, 기존의 뉴턴 역학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문제는 없었다.
물론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암흑물질만큼이나 가속도에 따라 중력이 바뀐다는 이 개념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수정 뉴턴 역학은 여기에 더불어서 '외부 중력장 효과'라는 것도 도입한다. 천체 내부의 움직임은 천체가 보유한 자체의 중력뿐 만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는 다른 물질의 질량으로부터 발생하는 중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측된 결과를 기반으로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관측이 어려운 경우 수정 뉴턴 역학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은하도 많다.
오직 암흑물질로만 설명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초기 우주 배경 복사나 우주의 거대 구조 같은 현상에 적용하기도 어렵다.
기존의 암흑물질의 존재에 대항하고자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본적인 별의 탄생이나 은하의 형성 등에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채규현 교수 역시 기본적으로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작년에 나온 연구결과는 달랐다. 153개의 은하를 관측하여 분석한 결과, 외부 중력장의 세기에 따라 은하의 회전 속도가 미세한 차이를 보였으며, 이 차이는 수정 뉴턴 역학의 예측값과 동일했던 것이다.
논문 내용에 따르면, 은하 바깥쪽에서 미세하게 줄어드는 회전 속도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외부 중력장 효과뿐이었다. 외부 중력장 효과가 실제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이건 수정 뉴턴 역학을 옹호하는 가장 강력한 최신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보다 10일 전 타원은하 연구로 발견된 사실에 대해 출간된 논문 역시 수정뉴턴역학을 지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만약, 밀 그롬으로부터 이어져온 채규현 교수의 오래된 시도가 성공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역사상 세 번째로 진화한 뉴턴 역학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말 암흑물질이라는 개념은 사라지는 걸까?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암흑물질을 직접적으로 관측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암흑물질을 빼놓고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현상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관측되지 않는다는 가정으로 보이지 않는 물질의 존재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관측된 결과로 중력이론을 수정할 것인지. 치열한 공방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주구도 정답을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건 선택지가 열려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관측과 연구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