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1637년 데카르트는 그의 저서 '방법서설'에서 언급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러나 과학에서는 좀 더 객관적인 사실을 요구한다. 무언가가 과학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대상을 적당한 시기에 보편적으로 관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눈 앞에 있는 키보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원할 때 손으로 만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멀리 있어서 손이 안 닿는 키보드는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키보드 소리를 듣거나 빛이라는 정보를 통해 관측할 수 있기에 우리는 키보드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우주에서는 볼 수 있으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상자가 있다.
상당히 무거운 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상자를 열어보니 상자가 텅 비어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상자가 바로 곧 '우주'인 것이다.
이 우주의 수많은 별들, 보이는 모든 물질의 무게를 더하면 우주 전체의 무게가 되어야하는데, 우주 전체의 무게에 비해 보이는 것들의 무게가 매우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현재 우주에서 보이는 것들의 무게 총합은 고작 5%에 불과한 상황이라는 것.
눈에 보이는 것들 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헀듯이, 상호작용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역시 관측할 수 있던 것이다. 중력과 상호작용을 했던 암흑물질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들에 영향을 주었기에 그 광경을 목격하여 존재를 유추할 수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했던 것이다.
우리은하와 같은 나선은하, 중심과 가까운 부분은 빠르게 돌고, 먼 쪽은 느리게 따라오며 회전할 것이 당연했는데, 이는 회전하도록 하는 힘의 근원인 은하 중심의 막대한 질량이 그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르면 말이다.
그러나 관측결과 놀랍게도 가장자리에 속한 별들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질량이 빠르게 회전하도록 돕고 있었다는 것이다. 꼭 물질이 아닐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제시했던 E=mc^2로 인해 질량과 에너지가 상호 교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바, 1998년 시카고대 마이클 터너 교수는 보이지 않는 95% 중에서 물질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23%를 제외한 나머지 약 72%가 암흑에너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이렇게 보이지 않는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의 앞으로의 모습을 추측하기 위해서, 우주의 과거와 현재를 따라가 보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들이 있다.
빅뱅과 함께 거대해진 우주가 팽창하여, 다시 팽창 속도가 줄어들다가 정지하고 수축해서 한 점에 모이면 '빅 크런치' 즉, 대붕괴가 일어난다는 가설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 자체도 맘에 들지 않아 했기에 1917년 독일어 논문에서 우주는 항상 일정하다는 정상 우주론(Steady state theory)을 만들기 위해 물질들이 서로 당기는 힘을 상쇄시킬 수 있는 상수를 도입한다. 우주의 크기가 중력 때문에 서서히 줄어든다면, 거기에 반발하는 상수를 도입하여 우주가 불변하다는 개념을 설명하려 했던 것이다. 이를 '우주 상수'라고 불렀다. 1929년 허블에 의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도입한 것이 자신의 최대 실수라고 고백한다. 빅뱅 우주론에 따라 팽창하는 우주라면 굳이 더 밀어내는 힘이 필요 없기 때문.
우주의 팽창이 계속되고 있던 것이다. 1998년 미국의 천문학자 솔 펄머터와 천체물리학자 애덤 리스, 호주의 브라이언 슈밋 교수가 아주 멀리 있는 초신성을 통해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관측해낸다. 무언가 우주를 가속해서 팽창시킬 무언가가 필요해졌고, 다시 우주의 크기를 커지게 할 에너지로 암흑에너지가 주목받게 된다. 현재는 암흑에너지에 대해 진공에너지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초기 우주는 우주의 크기가 작아 비어있는 공간이 별로 없었지만, 우주가 커지면서 빈 공간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에, 그 에너지로 인해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관점이다.
원자로 모든 물질의 구성을 설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는 그저 우주 전체의 5%만을 설명할 뿐이었다. 나머지 95%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연구하는 새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작아 무시할만한 양이지만 우주 전체에 퍼져있어서 엄청난 질량을 이루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다. 중력 외에는 어떠한 힘과도 반응하지 않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 미지의 입자일 수도 있고, 사실 모든 것이 관측적 실수였기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8년 예일대 피터 도쿰 교수는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를 최초로 발견한다. 그리고 1년 후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를 발견한다. 이 은하의 발견은 과연 암흑물질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