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흥미로운 물리학

신의 입자? 힉스 입자의 발견 - 2편 / 현대물리학 / 입자물리학 / CERN / LHC / 힉스 / 중력 / 질량

728x90
반응형

  지난번 우리는 힉스 입자의 발견 제1편에서, 힉스 메커니즘의 기본적인 개념과 표준모형. 우주를 구성하는 각 입자들과 힘. 그리고 매개입자. 페르미온, 보손 등 기본 배경지식을 주로 갖추는 시간을 가졌다.

힉스 입자는 힉스 메커니즘의 유일한 증거였고,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발견은 단지 자발적으로 게이지 대칭성이 깨지는 것과 물질에 질량이 부여되는 것에 대한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의 일환으로 치부될 터였다.

 

  피터 힉스가 최초로 힉스 메커니즘에 대한 논문을 냈던 1962년. 같은 해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한 과학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바로 한국계 미국인이었던 이휘소 박사였다. 힉스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는 결정적 증거에 힉스 입자라는 이름을 명명한 사람이 바로 이휘소 박사였다. 

 

 

  표준모형을 최초로 연구했던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가 힉스 입자에 대한 존재를 언급했음에도 이 허황된 입자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으며, 수년간 다른 과학자의 연구에서 인용된 횟수가 단 한 건도 없었을 만큼 당시 과학계는 힉스 입자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러나, 이휘소 박사는 힉스 입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힉스 입자가 입지를 굳혀갔으며, 과학자들도 점차 힉스 입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힉스입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휘소 박사였던 것이다.

 

  1979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 스톡홀름에서 파키스탄의 물리학자 '압두스 살람'은 수상 소감 중 

"이휘소 박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자신이 있어서 부끄럽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였으며, 1977년 교통사고로 인해 이휘소 박사가 안타깝게 세상을 뜨는 일이 없었더라면 입자물리학계의 전설로 남았을 법 한 인물이다.

 

  물론 관심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는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매우 막연했기 때문에, 접근법부터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내기를 좋아했던 스티븐 호킹 박사는 힉스 입자를 절대 발견하지 못할 거라는 데에 100달러를 걸었을 만큼,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힉스 입자의 발견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어져 왔다.

 

 

  심지어 중성미자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리언 레더먼 박사는 힉스 입자에 대한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이 입자가 하도 발견이 될 가능성이 낮았기에, 책 제목에 '빌어먹을 입자(The Goddamn Particle)'이라는 욕을 적기까지 했다. 이는 출판사의 검열 과정에서 아무래도 과학서적 제목으로서 적합하지 않았기에, '신의 입자(The God Particle)'이라고 수정했으며, 한 때는 이 바뀐 제목 때문에 기독교에서 이 입자가 신의 존재를 증명할지도 모른다고 오해한 적도 있다.

 


  이 속을 들여다보면, 종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론이었지만 일련의 해프닝으로 인해 힉스 입자는 더욱더 유명해졌다. 그와는 별개로 과학계에서는 여전히 힉스 입자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저 아이디어만이 있을 뿐이었는데, 입자 두 개를 매우 빠르게 가속시켜서 충돌시키면 깨지고 뭉쳐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입자가 나타나고 사라지고 붕괴하는 과정에서 힉스 입자의 흔적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였다.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입자 두 개를 충돌시킨다는 것은 사실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단순히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부딪힌 후 나오는 모든 입자의 흔적을 분석해야 하는데, 그 파편이 셀 수 없이 많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가속기의 규모가 클수록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얻을 수 있는데,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서는 이론상 어마어마한 규모의 입자가속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출처 - unsplash

 

  1998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스위스 제네바에 대형 강입자 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 건설을 시작했고, 둘레 27km의 거대한 입자가속기를 지하에 건설했다. 수 천 개의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고 온도를 영하 271.3도까지 낮추었기에 비교적 작은 규모로도 가속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었다. 2008년 9월 10일. 10년 동안 11조 원이 투입된 인류 최대 규모의 가속기가 첫 가동을 시작했다.

  새로운 실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으며, 실험의 결과로 초소형 블랙홀이 탄생할 것을 우려하여 하와이에서는 실험 중단을 요구하는 고소장이 접수되는 등, 실험 자체도 순탄치 않았다. 가속기에 전원을 넣은 지 열흘만에 폭발하여 긴급 가동 중지하는 일이 발생해, 1년간 수리한 끝에 2009년 11월에야 제대로 가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2011년 12월. 어떤 입자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뭔가 기존의 예측과는 다른 결과가 발생했다. 이는 힉스 입자가 없다고 가정했을 경우에 나타나야 할 형태와 조금 다른 결과였는데, 이에 대한 분석을 수개월간 멈추지 않은 결과, 7개월 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는 힉스 입자일 가능성이 큰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다는 발표를 했다.

발표는 아침 9시에 시작하여 7시간가량 이어졌고, 여전히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발견된 무언가가 힉스 보손에 부합되는 입자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던 것이다.

 

다시 8개월이 지난 후,  2배가 넘는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2013년 3월 14일에는 그 존재의 가능성이 제시된 지 49년 만에 드디어 이 미지의 입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힉스 입자와는 관련이 없는 이미지.

  인류가 보유한 현대 물리학 이론으로는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입자. 힉스 입자가 실재한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증명되었던 것이다.

표준모형에는 12개의 기본입자와 4개의 매개입자가 있다. 이제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장과 힉스 메커니즘, 그리고 그 증거인 힉스 보손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기, 마침내 (Here, At last)

 

  201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위한 발표문의 첫마디이다. 최초로 힉스 입자의 존재를 추측한 세 사람 중 이미 세상을 떠난 로버트 브라우트를 제외한 프랑스 앙글레르, 피터 힉스 박사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힉스 입자의 발견을 통해 우리는 표준 모형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헀다.

하지만 여전히 표준모형은 중성미자의 질량이나 중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수없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빈 공간의 힘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을 좇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처음 전기를 발견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게 무슨 쓸모가 있냐'

 

  라는 비웃음이었다고 한다. 그런 패러데이의 쓸모없는 실험을 보기 위해 그의 연구실을 방문했던 국세청장에게 패러데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도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언젠가 당신은 여기에 세금을 물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세금을 낸다 하는 수준이 아닌, 산업과 일상 전 분야에서 전기를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서 사용하고 있다. 전자의 이동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전기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더 많은 입자를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이로 인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내기를 좋아해서 100달러 내기를 했던 스티븐 호킹 박사는 힉스 입자의 발견 소식을 접하고는 이런 말을 남겼다.

 

'물리학의 위대한 발견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서 나오며, 만약 힉스 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물리학은 더욱 재밌어졌을 것이다.'

 

  모르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모르는 것이 나온다면, 물리학자들은 이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힉스 입자가 발견되면서 우리는 이제 세상에 모든 물질에 질량이 어떻게 부여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그런 메커니즘을 알았다고 해서 그게 정확이 뭔지 알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 과학계에는 알아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많고, 이는 꿈과 감동이 넘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힉스 입자가 무엇인지 2편에 걸쳐서 알아보았다. 그리고 어째서 이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로 불리게 되었는지도 알아보았다. 정말 난해했을 수도 있겠으나, 여러 이름들이 거창할 뿐, 실제 내용은 별거 없다. 힉스 입자의 발견의 경우 상당히 최근에 이루어진 발견이므로, 이를 알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