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차원'이라는 단어를 종종 접하고는 한다. 굳이 수학과 물리학, 좌표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문화생활을 하며 접하는 여러 만화, 게임, 영화 등의 이야기에서도 '차원'이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하며, 더해서 굳이 이런 예시를 찾지 않더라도 우리는 종종 '차원이 다르다'라는 표현이나 '저 친구는 약간 4차원이야.'라는 등, 특정한 상황이나 성질을 '차원'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표현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과연 '차원'(Dimension)이란 무엇일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궁금한대로 국어사전에 쳐 보자. 여기에서는 차원에 대해 그 의미를 3가지로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로 수준의 개념 즉, 'Level'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차원.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쳐다만 봐도 현기증이 오는 물리, 수학에서 사용되는 '차원'의 개념이다. 보통 첫 째 개념은 흔히 일상생활에서 '저 대화는 차원이 다르다.' 등의 이야기로 종종 사용되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보고자 하는 건 이러한 수준의 개념인 차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내용인 것이다!
보통 영화, 게임 등 오락거리에서 등장하는 '차원'이라는 건 무슨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 정도로 이용되는 경우도 잦다. '차원이 열린다' 거나, '차원의 틈에서 괴물이 쏟아져 나온다'거나, 깊게 찾아보지 않아도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만 보더라도 참 익숙한 문구들이지 않겠는가?
차원이라는 개념은 일상속에서 인식되는 바로는 일단, 신비하고 어렵고 난해한 느낌으로 다가오고는 한다. 막연하게 시간과 공간 등의 개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는 하나, 생소한 물리학적 이론을 봤을 때, 이를테면 초끈이론의 10차원이나 11차원 등의 개념을 마주했을 때는 왠지 모르게 머리가 복잡하고 그냥 흘려 넘기고 싶고 그렇다. 그러나, 차원이라는 것은 실상 그렇게 신비하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차원이라는 것의 신비감을 좀 덜어내서,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해지도록 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차원이라는 것에 대해 차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Dimension , 즉 차원은 위의 사전에서 살펴보았던 물리학적, 수학적 개념처럼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수학적인 차원. 바로 좌표축의 차원이며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1차원, 2차원, 3차원 등의 이야기를 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는 3차원으로 이루어져있다고들 한다.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을 이 3차원의 개념은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위치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만들어진 개념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에서, 어떠한 물체의 위치를 표현하고자 할 때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컴퓨터 왼쪽에", "여기", "머리 위에"
일상생활에서는 이 정도로도 표현할 수 있겠으나 이는 결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대신, 우리는 x축, y축, z축의 3축을 이용해 한 곳을 기준으로 한 물체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그 위치를 손쉽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3차원 공간 속에 살고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러나 x축, y축, z축의 3차원 말고도 우리가 사는 세계를 표현하는 3차원의 다른 표현방식들이 있다. 여기에서 대표적으로 소개할 2가지 형태는 첫번째로 실린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원통 좌표계'(Cylindrical Coordinate System)가 있고, 다른 하나는 구 표면을 이용해 물체의 위치를 나타내는 '구면 좌표계'(Spherical Coordinate System)이 있다.
원통 좌표계의 경우 기존에 x차원, y차원, z차원인 3차원으로 설명되던 것이, 한 기준점을 중심으로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변위차원 r, 기준선을 중심으로 얼마만큼의 각도에 위치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무차원 ∮(파이), 마지막으로 얼만큼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길이의 차원 z로z 표현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x, y, z의 3차원으로 (1,1,1)에 위치해있는 물체를 (r, ∮, z)로 표현한다면 (√2,π/4,1)로서 표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면좌표계도 한 번 들여다볼까? 여기서는 길이 차원 r에 경도와 위도를 집어넣어, 얼마만큼의 경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θ(세타)와 얼만큼의 위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파이)로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x,y,z의 3차원으로 (1,1,1)에 위치해있는 물체를 (√3,π√3/3,π/4)로 표현할 수 있다.
사실 전공자가 아닌 이상은 이러한 여러 좌표계들을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별로 없다. 구면 좌표계의 경우는 위도, 경도를 사용할 때 정도는 쓸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굳이 머리 아프게 이런 난해한 좌표계들을 알려주는 걸까? 이런 것들이 차원을 이해하는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 걸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려주고자 한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좌표계들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공간 내에 한 물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떻게 표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척도인 3차원 좌표계였다. 여기서 한 물체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사용한 차원은 3가지 차원이다. 어떠한 좌표계는 길이의 차원 x, y, z로만 이루어진 좌표계였고, 또 어떤 좌표계는 길이뿐만 아니라 각도의 개념까지 포함한 좌표계로 이루어져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좌표계도 있었다.
즉, '차원'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물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그 위치가 갖고 있는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면 우리는 여기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추가하여 흥미로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시간 차원이 추가된 4차원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한다면, 4차원에 살고 있는 존재는 우리의 과거, 미래가 나열된 '시간'이라는 축을 볼 수 있으며 우리의 미래는 이미 다 확정되어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겠는데, 이 해석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시간이라는 것이 하나의 차원 요소가 될 수 있고, 이것을 좌표에 넣어서 4차원으로 좌표계를 확장했다고 할 지라도, 그것이 본질적으로 이 시간의 흐름 자체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단순히 차원을 분석하는 틀에 시간이라는 도구가 추가된 것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래에 일어날 일이 정해져 있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곧 우리의 '자유의지'의 문제와 직결되는데, 이러한 문제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으로 현대 물리학에서는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는 양이 방대해지기에 나중에 '자유의지'와 관련하여 다루 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시간의 흐름과 관련된 이야기는 저번에 포스팅했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책 리뷰를 참고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곧 열역학에서 등장하는 엔트로피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고, 앞으로의 시간이 과연 확정되어있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심도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논제로 돌아와서, 차원이라는 개념은 위에서 보았던 수학적 좌표계의 재료로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특정한 물리량의 기준을 의미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길이의 차원인 km(킬로미터)를 시간의 차원인 h로 나누어, 시간당 얼마만큼의 km를 움직이는지 나타내는 값인 km/h라는 새로운 차원인 '속도'라는 차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물리량이 속한 차원을 찾아내는 일을 '차원 분석'이라고 한다. 이 방법을 이용해 차원과 차원을 곱하거나 나누게 되었을 때 만들어지는 조합에 따라 무수히 많은 다양한 차원들이 각각 새로운 하나의 차원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차원들 또한 하나의 좌표축으로서 이용될 수 있다.
거리에 시간을 나누면 나오는 속도.
속도에 시간을 나누면 나오는 가속도.
가속도에 질량을 곱하면 나오는 힘.
힘에 거리를 곱하면 나오는 일(에너지). 등등.
모두가 새로운 하나의 차원으로서 의미를 가지며, 이들 역시 하나의 좌표축에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우는 속도-시간 그래프 등을 통해 이러한 물리량들을 2차원 좌표평면에 나타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리하자면, 차원은 대상을 분석하는 '틀'이며, N차원이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대상을 분석하는 틀이 N개가 있다는 것. 즉, 초끈이론에서 말하는 10차원, 11차원 심지어 26차원 등은 매우 난해하고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연구하는 대상을 26개의 도구, 10개의 도구로 바라보고자 하는 그런 내용인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좀 가벼워지지 않는가?
대상을 연구할 때 이용하는 도구가 많아진 것이고, 그만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 대상을 연구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이 측정대상은 다양한 물리량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길이를 측정하고 싶다고 한다면, 우리는 '자'를 이용해 그 길이를 측정할 수 있겠다. 자 2개를 이용하여 면적을 측정할 수 있고, 자 3개를 이용하여 부피를 측정할 수 있으며, 시간 차원을 추가한다면 이 대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알아낼 숭 있겠다. 벌써 우리는 길이 3차원에 시간 1차원을 사용하여 시공간 4차원으로 이 대상을 분석하게 된 것이다.
차원이라는 것은 막연하게 신비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어감에서 오는 신비감과는 다르게 실상을 까 보면 그렇게 신비한 것도 아닌 것이다. 단순히 물리량을 기준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일 뿐. 가슴이 웅장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여러분도 이를 기회로 '차원'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벗어던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