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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물리학

자유의지는 실존하는가? - 벤자민 리벳 교수의 실험 / 자유의지 / 결정론 / 운명론 / 과학 /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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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의지가 없는 세계에서 자유의지가 있는 척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 스티븐 호킹

 


 

  우리의 모든 선택은 과연 정말로 우리가 선택한 것이었을까?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어볼 주제는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이다.

  여러분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모두 자신이 직접 내린 선택과 결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 당연하다. 매 순간 우리는 주어진 선택지 중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지를 판단하여 선택을 하고, 나머지 선택지들은 각각 자신들의 과거와 배경지식 등으로 말미암아 그 결과를 상상하고 그 결과, 최종 선택에서 배제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자유의지는 너무나도 우리에게 와 닿으며, 거의 모든 사람이 생각하길 자유의지가 분명히 존재하고, 내 생각과 행동을 나 자신이 통제한다고 믿을 것이다. 나의 선택이 오로지 내 결정에 의한 것이지, 어떠한 운명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종교적으로 독실한 신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여러 상반된 의견을 제시해왔다. 사회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에 따르면, 자유의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자유의지는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 정서를 조절하는 일종의 에너지 의지력이며, 이 에너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고갈되고, 의지력이 충만할때는 외부의 압력이나 충동에 저항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고갈된다면 업무수행이나 행동을 조절하는 게 힘들어진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실험이 1998년 진행되었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같은 영상을 보여주고서는 한 그룹은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하게 만들고, 다른 한 그룹은 자신이 느끼는 정서를 드러내지 않고 억누르게 했다. 이후 두 그룹은 각각 악력을 측정했는데, 정서를 드러내지 않고 억눌렀던 사람들의 악력이 더 약하게 측정되었다.

  정서를 억누르는 자기조절과정에서 사람들의 의지력이 소모됐던 것이다. 그다음 사용할 의지력까지 소모시켰기 때문에 악력을 충분히 내지 못한 것. 그리고 추가적인 실험을 더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영상 시청이 아닌 초콜릿을 가지고 한 실험이다.

  초콜릿을 먹고싶어도 참아내게 한 다음, 어려운 퍼즐 맞추기를 진행시켰던 것이다. 초콜릿을 먹는 걸 참아낸 그룹이, 참지 않고 초콜릿을 먹은 그룹보다 더 쉽게 퍼즐 맞추기를 포기했던 것이다.

 

 

  초콜릿을 먹고싶어도 참아냈던 그룹이 이 과정에서 의지력을 더 소모했기 때문에, 이후에 이어진 과제에 사용할 의지력이 바닥났던 것이다. 자유의지라는 건 의지력과 같은 맥락인, 합리적 의사결정의 주요한 자원이며, 의지력 고갈은 이후 수행해야 하는 행동이나 아예 무관한 다음 행동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매 순간 자유의지라는 존재가 너무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무언가 선택할 수 있다. 둘 중 하나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낼 것만 같다. 

 

그러나, 정말 충격적이게도 현대 과학의 여러 실험 및 결과들은 사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없다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벤자민 리벳'교수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인간의 모든 결정은 그저 뇌의 화학작용에서 일어나는 명령이라고 생각했고, 역시 과학실험을 통해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냈다.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실험 참가자들을 앉혀놓고 뇌파검사를하는 EEG전극과 근육 신호를 측정하는 EMG를 붙인다.\

 

2. 그 후 참가자들에게 '시계를 보면서, 자신이 누르고 싶은 곳에서 손가락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지시한다.

 

3.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을 처음 인지하는 순간을 표시하도록 지시한다. 

 

  이 때 EMG로는 운동이 실제로 일어난 시점, EEG로는 뇌신경에 반응이 일어난 시점이다. 시계에 찍힌 점의 위치로는 피험자가 의도한 시점을 기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자유의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시계에 찍힌 점이 제일 앞에 있고, 그다음 엔느 뇌의 반응인 EEG, 마지막으로는 근육의 반응인 EMG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찍힌 것은 뇌의 반응인 EEG, 그다음이 시계, 그다음이 EMG였다.

이 실험의결과는 행동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인간이 스스로 인지하기 이전에 대뇌 운동피질이 먼저 준비했다는 뜻이다.

 

 

  벤자민 리벳이 진행한 실험을 통해서, 인간이 스스로 의지를 인식하기 전에 뇌가 0.4초 일찍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결과가 뇌 활동과 결정 사이가 너무 짧기에 일어난 실험상의 오류 혹은, 단지 뇌가 결정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거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았기에, 이러한 논란을 종식시키는 '존 딜런 헤이즈'의 MRI를 이용한 비슷한 실험이 2007년 비교적 최근에 진행되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앞선 벤자민 리벳이 진행한 실험보다 훨씬 정교하게 진행되었고, 인간이 의지를 인식하기 전 뇌가 신호를 보내는 시간이 0.4초였던 것을 10초 전까지 확장시켰다. 더 나아가, 무슨 선택을 할 지도 미리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의 논란들은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선택을 하기도 전에, 그것도 10초나 전에 이미 뇌를 관측해서 어떤 선택을 할 지 알아낼 수 있다니, 우리 의지는 생각보다 그다지 자유롭지 않아보인다. 자유의지로 뇌를 통해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뇌가 먼저 결정을 하고 우리는 그에 따른 결과를 인식할 뿐이라는 것.

  자유의지는 어쩌면 실체가 아니라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생각하고 판단했던 모든 것들은 사실, 우리의 과거, 주변 사람들의 말, 소문, 유명한 인플루언서 등의 영향을 받은 산물이고, 뇌의 물리적 반응이 우리 의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선택지가 물리법칙 지배 아래에 있는 것이 확실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에게 자유의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단지 정해진 결정을 우리가 의지로 착각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면... 뭔가 의지가 상실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있던 의욕이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굳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할까? 굳이 지금 공부를 해야하는 걸까,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가야 하는걸까 싶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여러분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단순히 뇌의 자극을 통해 만들어진 의지일 지라도, 그러한 사실에 일상이 싫증이 날지라도, 여러분의 뇌는 다시금 여러분을 제대로 살게 할 수 있도록 의지를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에 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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