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흥미로운 물리학

100년만에 드러난 정체, 중력파 이야기 / 아인슈타인 / 중력파 / 시공간 / 블랙홀 / 킵 손 박사

728x90
반응형

  요즘 날이 점점 풀려가는 게 느껴진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슬슬 햇볕이 뜨거워지니 곧 다가올 여름이 생각나기도 하고, 슬슬 다이어트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마음 한편에 생기기도 하고 시원한 바닷가가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발을 바닷물 속에 담갔을 때, 그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는가? 바닷가에 들어가면 아무리 잔잔해도 미세한 파도를 느낄 수 있다.

 

  만약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바다에 바람이나 조류 등 어떠한 에너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바다에 어떤 힘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파도를 작더라도 분명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1956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는,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처음 만들어낸 휠러 박사와, 해군 출신의 실험물리학자 웨버 박사는 최초로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과연 그들은 미세한 중력의 파도를 느낄 수 있었을까?

그들은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를 만들어내기로 했다.

그 전에, 중력파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1916년, 물리학계의 거장 아인슈타인은 '중력장 방정식의 근사적인 통합'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이론적인 중력파를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과학계를 비롯한 대중들은 중력파에 대해 큰 이해도도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중력파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중력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력을 이해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등장 이전, 과학계의 패러다임을 손에 쥐고있던 아이작 뉴턴은, 중력이란 것을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설명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고안해낸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즉, 지구가 사과를 당기고, 사과도 지구를 당기기 때문에 사과가 똑바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뉴턴의 중력을 알고 있다. 하지만, 후에 등장한 아인슈타인의 중력에 대한 관점은 이와 달랐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에 관한 관점에서는, 우리가 살고있는 곳은 시공간으로 되어있고, 질량이 있는 물체는 서로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시공간에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쉽게 설명하자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각각 독립적으로 이 '시공간'이라는 것에 영향을 주어 이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데, 이러한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질량이 작은 물체가 질량이 큰 물체 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만약에 이 시공간의 휘어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물체와 물체가 서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서로를 당기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뉴턴의 중력은 오직 질량이 있는 물체끼리만 작용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중력은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가 시공간에 작용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질량이 없는 물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빛처럼 말이다.

만약 질량이 없는 빛이 우주에서 중력에 의해 휘게 된다면, 시공간의 존재가 밝혀지고 중력의 관점이 뉴턴의 관점에서 아인슈타인의 관점의 중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1919년 5월,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은 아프리카 근처 작은 섬에서 일어난 개기일식을 통해 빛이 휘는 현상을 발견해냄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중력을 증명해냈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주장처럼 시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일까? 시공간이 정말로 있다면, 그것은 우주 전체에 존재하며, 질량의 변화가 가해진다면 미세하게 진동할 지도 모른다. 바다의 파도처럼 말이다. 그것을 우리는 중력파라고 부른다.

 

  100년도 더 지난 과거에 중력파를 예측했던 아인슈타인. 그리고 그것을 찾기 위해 도전했던 웨이버 박사.

그는 메릴랜드 대학으로 돌아가 특별한 장치를 개발한다. 바로 웨버막대(Weber bar)라는 장치이다.

시공간이 진동한다면, 그 안에 놓여있는 막대기에 영향을 줄 것이고, 막대기의 분자들이 진동하면서 내부의 압력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만약 이 압력의 변화를 전기 신호로 바꿀 수 있다면, 그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을 터였다.

 

  1969년 첫 번째로 그는 중력파를 검출했다. 그러나, 연구결과 발표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은 웨버 막대의 정밀도에 의심을 품었고, 철저한 검증을 거치면서 결국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사람들은 생각했다. 시공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진동한다고 하더라도 시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도 함께 늘어나거나 줄어드는데 어떻게 중력파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라는 게 주요 여론이었다.

당시 과학자들도 중력파를 단지 수학적 결과물로만 생각했으며, 늘어난 시공간을 자로 재려고 해도 자의 눈금 자체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중력파를 관측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최초로 중력파를 예견했던 아인슈타인 조차 20년 동안 고민한 끝에 1936년, 중력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할 뻔했으나, 다행히 당시 논문 심사위원이었던 로버트슨 교수가 아인슈타인을 설득해서 중력파는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걸로 논문의 결과가 바뀌게 되었다. 인류는 이렇게 중력파라는 존재 자체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자체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시피 했다.

결국 웨버 박사의 열정은 무의미했던 것일까? 그건 아니었다. 웨버 막대의 수많은 모순점들은 다른 과학자들의 탐구 열정에 불을 붙였고, 마침내 중력파를 검출하고자 하는 과학계의 도화선에 불이 붙게 되었던 것이다.

 

  1960년대 후반, MIT의 바이스 교수는 중력파 검출에 빛을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고, 1974년 아레시보 천문대에서는 천체물리학자 조지프 테일러가 새로운 쌍성 펄서(엄청나게 압축된 두 개의 질량 덩어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관측하여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중력파가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두 별은 이론상 방출되는 중력파만큼의 에너지를 잃게 되며, 특정한 비율로 공전궤도가 줄어들어 점점 가까워져야 하는데, 딱 그만큼 공전궤도가 줄어드는 것을 관측하는 것에 성공했던 것이다.

 

 

  연구는 탄력을 받아, 1992년 미국 워싱턴주 핸퍼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중력파 관측 시설인 라이고(LIGO, Last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동을 처음 시작한 이후로 2010년까지 어떠한 중력파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2014년에는 빅뱅 직후 우주 초기 원시 중력파의 흔적을 관측했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잡음으로 밝혀져 좌절하기도 하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연구진들은 꾸준히 연구에 박차를 가한 결과, 2015년 9월 14일, 가설로 등장한 지 100년 만에 드디어 중력파가 최초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 고의 원리를 간단하게 한 번 살펴보겠다.

관측소는 각각 4km 길이의 터널 ㄱ자 모양으로 건설되어있으며, 중앙에서 반사된 레이저의 반은 반사, 반은 통과하여 각각의 터널을 지나간다.

 

 

  터널의 끝에는 거울이 있어서, 두 레이저를 중앙으로 다시 반사하여 중앙에 위치한 검출기에 도달한 두 빛은 정확하게 상쇄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만약 중력파가 라이 고를 지나간다면, 그 순간에는 시공간이 왜곡되면서 아주 미세하게 레이저의 이동거리가 달라져 균열이 일어나게 되고, 이를 통해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엄청나게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심지어 핸퍼드와 리빙스턴 두 곳에 존재하는 라이고 관측소를 통해 중력파가 날아온 방향까지 알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먼저 관측된 쪽이 중력파가 온 방향이기 때문이다. 

 

  9월 14일 관측된 중력파는 약 13억 년 전 블랙홀이 만들어낸 진동이었는데, 태양보다 36배 큰 블랙홀과 29배 큰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62배 큰 블랙홀이 되었고, 사라진 태양의 3배 정도의 질량이 중력파의 형태로 퍼졌다.

 

  질량을 갖고 있는 모든 물체의 변화는 중력파를 만들어내겠지만, 대부분은 그 진동이 너무 미세하여 느끼기 힘든데, 이만큼 엄청난 중력의 변화였기 때문에 라이고에 검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력파는 정확하게 빛의 속도로 리빙스턴을 통과해서 핸퍼드를 지나갔다.

 

  그렇다면 어째서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전달되었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언제나 일정하다. 질량이 없는 빛은 자연에서 가능한 최고 속도이며, 시공간의 진동 역시 질량이 없기 때문에 현존하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철저한 검증을 위해 관측된 지 5개월이 지난 2016년 2월에서야 중력파 발견이 세상에 발표되었으며, 중력파 연구의 초석을 닦은 라이너 바이스 박사, 프로젝트를 국제적으로 키운 배리 배이 시 박사, 그리고 인터스텔라 자문으로 유명한 킵 손 박사 등 세 명이 2017년 12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최초로 중력파와 블랙홀의 직접적인 관측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력파 즉, 시공간의 떨림을 관측하는 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

우리는 빛을 통해 물체들로부터 다양한 정보와 이미지를 얻는다. 소리는 물체들보다 파장이 큰 경우가 많은데, 따라서 소리로 물체를 보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소리의 여러 특성을 통해 우리는 물체와 현상을 연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금까지 우주를 빛을 통해 눈으로만 볼 수 있었다. 빛조차 흡수하는 블랙홀 내부는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라이 고는 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블랙홀 안의 무언가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력파가 소리를 낸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력파의 진폭과 진동수의 패턴을 통해 우리는 우주를 들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얻게 되는 것이다.

빛을 통해서밖에 관측할 수 없었던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해석과 세상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