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07.
반년 전쯤 바디 프로필을 찍었었다.
생애 첫 바디프로필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사진이었다.
어릴때부터 운동은 좋아하지도 않고, 힘쓰는 것도 녹록지 않았기에 바디 프로필 같은 건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만, 취직하고 난 후, 그래도 이런저런 생활이 좀 안정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이나 건강에도 관심이 갔고 그러다 보니 바디 프로필까지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20대가 지나기 전에 하나정도는 찍고 싶다'라는 막연한 바람뿐이었으나, 이를 바로 실천으로 옮겼기에 바로 마음을 먹은 그 해 찍을 수 있었다.
헬스장을 가도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기초적인 방법조차 모르는 아예 운동에 관한 한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지인 추천을 받아 트레이너분 한 분 소개를 받고 PT를 받았었다.
열심히 번 돈이 아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번 배워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가짐으로 '배우자!'라는 마인드를 갖고 열심히 다녔다. 물고기를 받는 것이 아닌 낚싯대를 받자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당시 약 2개월동안 운동을 매일매일 했다. 식단 조절도 닭가슴살에 샐러드로 바꾸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참 ㅋㅋ. 주변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기에, 바디프로필 관련해서 물어보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그거 운동 몇 년 꾸준히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찍을 수 있는 거야!"
라는 내게는 절망적인 대답뿐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그런 반응에 소심한 반항이라도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트레이너분을 믿고 그런 주변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를 쭉 유지했다.
나도, PT선생님도 놀랐다. 2달 만에 그것도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며 어떻게든 해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이다. Before사진은 정말 볼품없어서 올리지를 못하겠지만 ㅋㅋ.. PT에 들어간 돈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경험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언제든지 내가 하고싶을 때는 저렇게 몸을 만들 수 있고, 그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또한,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운동을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운동은 학창 시절 공부와는 달리 그 결과가 바로바로 겉으로 표출되는 편이다. 공부의 경우, 시험을 본다 하더라도 그 점수가 우리의 노력을 적절하게 대변해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시험이 없는 평소의 경우에는 매일 공부를 하더라도 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운동의 경우에는 달랐다. 그 피드백이 빠른 편이라, 들어올리는 무게가 점점 늘어날수록 그 희열감이 있으며, 그러다 보면 거울을 봤을 때 점점 몸이 생기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야말로 게임 캐릭터를 육성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게임과는 비교도 하지 못 할 만큼 값진 현실의 나를 개발하는 것이라는 사실 역시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말이다.
20대가 지나기 전에 한 번 쯤 찍어보자는 막연한 바람을 가진 뒤 몇 달 안되어 바로 이루어냈다. 자신감도 얻었고, 건강도 챙겼다. 그리고... 인스타 업로드용 사진도 몇 장 챙겼다는 점 역시 쏠쏠하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