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4 날 쓰인 일기.
혼자 여행을 계획한 건 처음이다.
예상치 못한 무거운 업무와 책임.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중요성 있는 업무들... 무관심한 부서 동료들.
점점 내가 나 자신을 잃어가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이후의 시간을 사용하는 법도 잊고, 그저 쓸데없는 책임감으로 밤늦게까지 야근.
이제는 좀 놓아주고 싶어도, 놓아버리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커져버린 업무들이다.
지금 버티는 것도 다음 주 여행생각하느라 버티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미친듯한 양과 난이도의 업무들을 왜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요즘에는 진지하게 상담도 생각해봤을 정도로, 일을 시키는 사람이 너무 많다.
걸고있는 기대도 크다. 내 입장도 좀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너희가 아무 생각 없이 술 먹고 놀던 그 나이이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이기적인 놈들.
잠들기도 힘들고, 전화받기도 힘들어. 아마 여행 중에도 분명 전화가 올 것이다. 나는 이걸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냥 좀 쉬고 싶다.
처참한 일기이다. ㅋㅋㅋ...
정말로 저 때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기 때문에, 넘치는 열정으로 반년 넘게 달려왔다.
돌이켜보니 이미 손 벌려 놓은 일만 잔뜩 있고, 쌓이고 쌓여 숨쉬기가 힘들어졌던 것 같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왜 야근을 하고 있는지.
퇴근 후에는 원래 뭘 하고 살았었는지 생각이 안 났었다.
휴가를 내고 제주도 여행을 갔다. 아마 저 일기를 쓰고 1~2주 뒤였을 것이다.
3박 4일, 짧았지만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광치기 해변에서 일출을 보는데, 왠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났다.
숲길을 드라이브하는데도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또 언제 울어봤더라... 한 3년 전 군 생활할 때, 말년병장한테 혼나고 자기 전에 속상해서 질질 짰던 기억이 있다.ㅋㅋㅋ
뭣 때문에 혼났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