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들은 일상 속에서 하늘 한 번 올려다보기 힘들다고는 한다.
여러분은 하루에 하늘을 한 번 이상 올려다보는가?
파랗고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마음을 다잡거나, 상쾌한 기분이 되고는 하며, 반대로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 우리는 종종 감성에 젖고는 한다. 하늘이 파랗고 노을이 붉은 사실은 어릴 때부터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과연 하늘이 왜 파랗고 노을이 왜 붉게 보이는지 궁금해한 적은 있는가? 모든 철학과 과학은 이 '당연한 것을 궁금해하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이번에는 하늘이 왜 파랗게 보이는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하늘이 왜 파랗게 보이는가! 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빛의 특성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거창한 특성들들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볼 때, 그 물체에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과정 정도만 이해하면 된다. 그중에서도 '빛의 산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보는 물체들, 어떻게 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 바로 물체에 빛이 반사되어서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다. 빛이 물체에 반사되지 않는다면, 우리 눈에 그 빛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그 물체를 볼 수가 없게 된다. 빛이 반사되지 않고 모두 흡수되어버리는 블랙홀이 그 예이다.
결국은 물체가 빛을 반사시키거나, 빛을 내뿜는 광원에서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빛을 쏴 주어야 우리 눈으로 특정한 물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인데, 보통 빛의 산란이라 함은 물체의 울퉁불퉁한 표면이나 작은 입자들에 의해 빛이 난반사되어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거울같이 표면이 매끈한 물체의 경우, 빛이 정반사되기 때문에 우리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와 반면, 일반적인 다른 물체들의 경우, 미세하게 보면 표면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정반사가 아닌 난반사가 일어난다. 굳이 미러볼처럼 거울을 다닥다닥 붙여놓은 형상이 아니더라도 거울이나 거울처럼 매끈하여 마주 보는 곳이 반사되어 보이는 물체 이외에는 모두 난반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빛은 항상 공간 내에서 최단 시간을 따라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다. 이는 빛의 직진성이며, 빛은 시공간이 휘어져있지 않은 이상 본질적으로 이러한 직진성을 갖고 있다.
빛의 산란(Light Scattering)이란 이러한 직진성을 가진 빛이 거친 표면이나 아주 미세한 입자들에 의해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지는 현상인 것이다.
빛이 광원으로부터 방출될 때 애초에 사방팔방으로 모든 방향으로 방출되는 것이 아닌, 레이저와 같이 직진성을 갖고 방출될 경우에는 그 경로를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단지 레이저의 조준점에 찍힌 점만 보일 뿐.
"레이저의 조준점에 찍힌 점만 볼 수 있다고? 콘서트장의 레이저들의 경로들은 모두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 밤하늘의 별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천문 레이저나, 콘서트 공연장의 레이저들의 경우, 그 직선의 경로가 아름답게 보이며, 레이저 하면 떠오르는 형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레이저가 지나는 경로에 떠있는 미세한 부유물에 레이저 빛이 산란되어 우리 눈에 그 경로가 보이는 것뿐이다. 그 부유물은 대표적으로는 미세한 물방울 알갱이들이나 미세먼지 등의 에어로졸이다.
건조하고 공기가 깨끗한 방 안에서 레이저를 갖고 놀면, 그 경로상의 빛은 보이지 않고 방바닥이나 벽 쪽에 붉은 점 하나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위의 미세한 물방울 알갱이들이나 미세먼지, 에어로졸처럼 빛은 사방팔방으로 뿌리는 물체를 '산란자(Scatter)'라고 지칭한다. 산란자는 이러한 미세한 대기 중의 알갱이들이 될 수도 있고, 물체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산란자들이 빛을 산란시키게 되었을 경우, 산란된 빛의 일부분이 우리 눈에 들어올 경우에만 우리는 특정한 물체, 풍경, 인물 그리고 도시 등 일상생활 속에서의 수많은 대상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된다.
아까 확인했던 것처럼 레이저를 볼 수 있는 것도 대기중의 물분자 등의 산란자 덕분인 것이다.
이렇게 빛을 산란시키는 과정에서 물질은 그 구성성분에 따라 특정한 영역의 빛을 흡수하고. 그 이외의 빛은 반사시킨다. 예를 들어, 바나나의 경우는 노란색의 빛을 반사시키고, 그 이외의 영역의 빛은 모두 흡수하는 것이다.
바나나에 비친 빛에서 노란색 이외의 빛은 모두 바나나가 흡수하고, 노란색만 반사하여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바나나를 '노란색을 가지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과연 바나나는 노란색이 맞을까? 바나나 자신은 노란색 이외의 모든 색을 흡수하여 가져 가고 노란색만 밖으로 반사시키는 것인데...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다 ㅎㅎ
결국 어떤 물체가 특정한 색으로 보인다는 건 특정한 색 이외의 모든 색을 흡수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에 반사되는 색을 그 물체의 고유의 색으로 본다. 그렇다면,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하늘이 다른 색을 흡수하고 파란색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일까?
이 물음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야 한다.
과거 철학자, 과학자들은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에 대해 수많은 가설을 제시해왔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은 1871년이 되어서야 등장하게 되었다. 바로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존 윌리엄 스트럿 레일리'의 이름을 딴 레일리 산란. 레일리는 가시광선이 가지고 있는 파장보다 작은, 매우 작은 미립자가 빛을 산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대기 중의 입자(주로 질소나 산소)가 가시광선의 파장 크기보다 작기 때문에, 태양에서 출발해 대기로 들어오는 빛은 대기층에 부딪히며 마치 레이저의 경로에 물분자가 레이저를 산란시키듯 파란색 영역을 산란시키고 이 때문에 우리는 청명하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대기가 없는 달에서는 태양빛을 산란시킬 수 있는 입자가 없기 때문에, 하늘이 어두컴컴해 보인다.
또한, 아주 작은 미립자는 가시광선의 파장이 짧으면 짧을수록 즉, 에너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이 산란시킨다. 그렇기에 스펙트럼에서 에너지가 높고 파장이 짧은 푸른빛 계열이 하늘에서 많이 산란되고, 그렇기에 우리가 볼 수 있는 하늘이 파랗게 물 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해 질 녘이나 동이 틀 때 하늘이 붉게 보이는 것이다.
태양이 머리 위에서 직선으로 대기층을 뚫고 산란되며 들어올 때에 비해, 태양이 뜨거나 질 때 뚫고 들어오는 대기층이 더 두껍기 때문에, 파란색의 빛이 이미 앞에서 많이 산란되어 상대적으로 적게 산란되는 붉은 계열의 빛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지평선에서 뜨는 달은 좀 더 노란색으로 보이고, 하늘 정중앙에 떠있는 달은 하얀색으로 보인다.
자,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이렇게 레일리 산란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가을 하늘이 더 높고 푸르게 보이는 이유'역시 레일리 산란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레일리 산란이 아닌 '미 산란(Mie Scattering)'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 산란'은 레일리 산란과는 다르게 '빛의 파장이 비슷할 때' 입자 밀도, 크기에 따라서 산란되는 것과 관련된 산란이다.
빛의 파장보다 입자 크기가 더 큰 경우 적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여름철에는 가을이나 겨울철보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더 많고, 미세먼지와 에어로졸로 대표되는 산란자가 더 많은 것이다. 반면에, 가을철과 겨울철에는 건조하여 대기중의 수증기량이 더 적다. 때문에 여름 하늘이 미 산란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뿌옇게 보이고, 가을 하늘이 더 쾌청하고 푸르고 높게 보이는 것.
계절마다 보이는 하늘의 색 차이는 기온 차이, 수증기량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하늘이 파란 이유를 물어보면 이렇게 '레일리 산란'을 제시하여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이렇게 하늘이 파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지만 산란이 어떻든, 파장이 어떻든 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바쁘더라도 간간히 올려다보며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