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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물리학

슈뢰딩거의 고양이란 무엇인가? / 슈뢰딩거 / 사고실험 / 양자역학 / 이중슬릿 / 중첩상태 / 슈뢰딩거의 상자 / 현대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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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말, 한 번쯤은 다들 접해보았을 것이다.

전문적인 서적이 아니더라도 대중적인 게임, 영화, 만화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곧잘 인용되고는 하는데, 정작 이를 깊게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중첩 상태' 그리고 '양자역학'을 필두로 하는'현대 물리학' 정도의 단어가 연상되고는 할 것이다.

 

알고는 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궁금하지만 굳이 신경 써서 탐구해볼 정도로 궁금하지는 않았던 주제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 실험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죽어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고양이' 즉, '죽어있는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의 중첩 상태에 있는 고양이'이다.

과연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하다 하다 이제는 좀비 고양이까지 등장한 걸까?

 

 

우선 슈뢰딩거라는 인물에 대해서 살펴보자.

 

에르빈 루돌프 요제프 알렉산더 슈뢰딩거(Erwin Rudolf Josef Alexander  Schrödinger)

1887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고, 1961년 생을 마감했다.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193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여러 물리학적 업적으로 현대 양자역학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튼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양자역학과 중첩 상태, 확률로 설명되는 현대 물리학에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으며,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 역시 이러한 코펜하겐 해석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안했었다.

 

 

코펜하겐 해석이란?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필두로 하여 '확률'로서 물리학을 설명하는 오늘날 현대 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해석이다.

코펜하겐 학파는 양자역학을 설명할 때, 기본적으로 미시세계에서는 입자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고전 물리학에서 등장하는 '라플라스의 악마'의 경우, 모든 입자 하나하나의 정보를 다 알고 있는 악마가 존재한다면, 그러한 입자, 그리고 그 입자가 구성하는 물질, 나아가 세계와 우주 전체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알 수 있는 존재이지 않을까? 하고 등장했던 개념인데,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입자 하나하나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관측'이며 이는 해당하는 입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확률과 불확정성으로 가득 찬 우주에서는 이러한 존재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하여 그 불가능성이 증명된다.

 

불확정성이 바로 양자역학의 본질이므로 측정장비가 아무리 정교해지고 과학이 진보한다고 한들, 미시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다만, 확률적으로는 알 수 있다는 점이 코펜하겐 해석의 골자이다.

 

 

 

다시 상자로 돌아오자. 예를 들어, 상자 속에 동전이 하나 있다면 이 상자를 열어보기 전 까지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였다가 상자를 열어서 동전을 '관측'하는 순간, 이 동전의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중첩된 중첩 상태가 깨지며 파동 함수가 붕괴되고, 앞면 또는 뒷면인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는 것.

이러한 개념을 처음 접해보는 이들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그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것이 중첩되어있는 상태를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코펜하겐 해석의 전제조건이 그렇듯, 이는 미시세계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동전은 실제로 미시세계의 물건이라고 하기에는 좀 큰 감이 있지 않은가?

다시, 이번에는 상자에 전자가 있다고 쳐보자.

 

상자 속에 있는 전자는 파동성을 가진 상태로 특정 범위를 가지고 넓게 퍼져있다.

점의 상태로 한 곳에 위치한 것이 아닌, 중첩 상태로 확률적으로 모든 곳에 동시에 퍼져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고,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전자 모형을 그릴 때, 확률 구름으로 그리는 이유이다.

물론,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 중첩 상태가 깨지고 전자의 위치는 특정될 수 있다.

 

그러나 슈뢰딩거는 이러한 코펜하겐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리학을 확률로 설명하고, 미시세계를 계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인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이론이 코펜하겐 해석의 근거로 쓰이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코펜하겐의 확률, 중첩을 중심으로 한 해석을 무너뜨리고자 나온 사고 실험이 곧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다.

 

 

"아니, 무슨 죄다 중첩 상태였다가 우리가 관측하면 상태가 결정되는 거라고? 참내, 그러면 상자에 고양이랑 독약을 넣어뒀으면 그건 뭐 고양이가 죽어있는 것과 살아있는 것의 중첩 상태라도 된다는 말인가?"

 

사고 실험의 내용은 이렇다.

1.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를 넣는다.

2. 방사성 물질을 집어넣는다. 이 물질은 1시간 후에 방사성 붕괴할 확률이 50%이다.

3. 상자 안에 방사능 계수기가 있으며, 방사능이 감지되면 망치가 움직인다.

4. 망치의 끝에는 독극물이 담긴 용기가 있다.

 

만약 1시간 후에 방사성 물질이 붕괴한다면, 망치가 움직여 독극물이 담긴 용기를 깨뜨려서 고양이는 죽을 것이다.

그러나, 50% 확률로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생존할 수 있다.

 

"미시세계에서는 적용된다고 하는데, 그러한 미시세계의 입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게 물질이고 곧 거시 세계야. 그렇지만 위의 고양이 사고 실험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죽어있는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의 중첩 상태라니. 전혀 말도 안 되지.

거시 세계에서는 적용이 안되는데 미시세계에서만 적용이 된다니, 코펜하겐 해석 전제 자체가 틀려먹은 거야!"

 

이러한 태도를 견지했던 슈뢰딩거였으나, 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은 코펜하겐 학파들에게 오히려 더욱더 영감을 주었고, 현대 물리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

바로 미시세계와 거시 세계의 구분을 문제 삼았던 사고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학파 학자들은 생각했다.

"미시 세계에서는 파동 함수와 중첩 상태를 골자로 한 코펜하겐 해석이 적용돼.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미시세계일까?"

입자 100개까지가 미시세계라면, 입자 101개로 이루어진 물질은 거시 세계인 것인가?

 

풀러렌 (C60)

 

그러다가  다시 한번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실험이 진행된다.

바로 안톤 차일링거 교수의 '이중 슬릿 실험'이다.

 

작은 틈(슬릿)으로 빛을 비추면, 그 틈을 통과한 빛이 한 특정한 지점이 아닌, 여러 곳에 그 흔적을 남긴다.

 

이는 파동성을 가진 빛의 특성인데, 이 실험에서 빛 대신 미시세계의 입자를 가지고 이중 슬릿을 통과시켜도, 빛과 마찬가지로 파동의 형태로 흔적을 남겼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관측자가 이 실험을 관측하고 있을 경우에는 파동의 형태가 아닌, 입자의 형태로 특정한 지점에만 흔적이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정확하게 뒷받침해주는 실험인 셈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바로 미시세계의 입자가 아닌, 탄소원자 60개가 결합한 하나의 물질인 풀러렌(C60)을 가지고 실험했을 때 역시 같은 실험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과연 코펜하겐 해석은 정말로 미시세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고등학생 때 읽었던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

당시 읽으면서 정말 고역이었다. 당최 무슨 말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 당장 다시 그 책을 읽고 싶어 졌다.

 

이중 슬릿 실험은 정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실험이다.

미시세계에서만 통용될 줄 알았던 불확정성 원리와 중첩 상태가 어쩌면 우리가 실제로 접하는 거시 세계에서 역시 통용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역시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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