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룰 포스팅은 바로 '새의 뇌'에 대한 최신 과학 연구이다.
'새의 뇌' 쉽게 말해 '새대가리'이다.
새대가리는 아둔한 사람을 놀리거나 욕하거나 혼낼 때 쓰는 부정적인 단어이다. 영어로도 "Birdbrain"은 멍청한 사람을 뜻한다. 이것 참 글로벌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새들은 가끔씩 고차원적 행동을 인간들에게 보여주며 '새는 멍청하다'라는 우리의 생각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새는 정말 멍청할까? 사실, 새가 멍청하다고 생각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일단 뇌의 크기가 작다는 점이다.
그 비둘기를 떠올려보라. 머리가 엄청 작지 않은가? 실제로 비둘기의 뇌의 크기는 호두보다 조금 작은 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새의 뇌 구조가 인간의 뇌 구조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 하면 보통 복잡하게 주름이 진 모양의 뇌가 떠오른다. 생물학적 용어로 대뇌 피질 'Crerbral cortex'라는 건 기억, 사고, 언어, 의식 등 고차원적 행동을 관장하는 영역인데, 문제는 새의 뇌에서 대뇌 피질에 해당하는 구조가 없는 것 같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새의 뇌는 주름이 없는 편평한 뇌였던 것이다.
크기도 작고 거시적인 구조상으로 봤을 때도 인간의 뇌와는 너무 다르니까 새는 멍청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완전한 반전을 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두 편의 논문이 Science라는 세계적인 저널에 개재되었다. 과학자라면 이 저널에 한 번쯤은 논문을 내보고 싶은 그런 굉장히 저명한 저널이다. 그만큼 오늘 소개할 논문들이 신뢰성이 있고 놀라운 결과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2020년 9월에 발표된 첫 번째 논문은 먼저 제목을 보자.
'A cortex-like canonical circuit in the avain forebrain'
새의 전뇌에서 발견된 뇌 구조에 대한 논문이다.
인간의 뇌, 쭈굴쭈굴, 새의 뇌 편평. 이게 우리 생각이었는데, 겉으로 보이는 구조와는 다른 구조이지만 피질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뇌 회로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3차원 편광 영상장치를 이용해 비둘기, 쥐, 버빗(긴꼬리원숭이의 일종), 그리고 인간의 뇌 조직을 관찰했다.
3차원 편광 영상장치?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주 얇게 자른 뇌조직 절편을 다양한 각도의 빛으로 쪼여서 3D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주 높은 해상도의 카메라로 다양한 동물의 뇌 조직을 찍어 본 것이다. 이 3차원 편광 영상장치의 해상도가 어디까지냐면, 뇌를 이루는 신경섬유가 가로로 놓여있는지, 세로로 놓여있는지 서로 얼마나 얽혀있는지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장치로 뇌 조직을 분석해본 결과, 비둘기의 대뇌겉질 섬유들과 포유류의 피질 섬유가 비슷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즉, 겉으로 봤을 때 인간의 뇌와 새의 뇌는 매우 달랐지만,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니 신경섬유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연결되어있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마이크로써킷 미세회로를 가지고 있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논문에서는 새와 인간의 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미세회로가 비슷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할 것이다. 그래서 '새도 인간과 비슷한 고차원적 인지 능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논문의 제목을 보면 Canonical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뜻은 방금 이야기한 신경섬유의 연결구조가 모든 조류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의 분류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있는 비둘기와 올빼미에 뇌에서 비슷한 연결 회로가 관찰되었기 때문에, 이건 특정 새의 특징이 아니라 조류의 일반적인 특징일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새 뇌의 구조적인 측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새와 인간의 뇌는 미세적인 구조만 비슷한 것일까? 아니면 앞선 논문에서 시사했듯, 기능적인 면에서도 유사한 점이 있을까?
다시 말해, 새들도 인간처럼 외부 자극에 대해 의식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두 번째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논문 역시 2020년 9월에 같은 저널 Science에 게재되었다. 제목을 보면
'A neural correlate of sensory consciousness in a corvid bird'
(corvid는 조금 오해를 살 만한 단어이긴 한데, '까마귀과'라는 아주 문제없는 단어이다.)
즉, 이 논문은 까마귀의 Sensory consciousness 즉, 감각 의식에 관한 논문이다.
감각 그리고 의식, 아직까지는 어렵다.
이 논문에서는 까마귀를 가지고 행동실험을 한다. 행동실험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는데,
1. 자극
2. 기다림
3. 반응
위 3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실험단계인 자극 단계에서는 까마귀에게 반반의 확률로 시각적 자극을 준다. 이 자극은 별게 아니라, 검은 스크린 속에 있는 회색 사각형인데, 여기서 50%의 확률로 이 회색 사각형을 보여주거나 안 보여주는 것이다.
그다음 250초, 약 4분 정도의 기다림 후, 반응 단계에서 까마귀에게 묻는다.
"까마귀야, 회색사각형을 봤니? 못 봤니?"
까마귀는 당연히 말을 못하니까, 이 응답 과정은 반응-보상 과정으로 진행된다.
까마귀가 옳은 판단을 하면, 보상을 주면서 까마귀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된 까마귀의 뇌에 전극을 꽂아서 뉴런의 활성을 봤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회색 사각형을 봤다고 판단했을 때와, 보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때 뉴런의 활성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이 결과가 왜 놀랍냐면, 까마귀의 판단이 막무가내 랜덤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각적 자극이 인지가 되고, 의식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추상적인 개념이라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새들도 의식이 있다.'
의식이란 것은 유인원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새도 인지하고 의식한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다. 각 동물의 뇌의 지능을 정하는 것은 단순한 뇌의 크기가 아닌, 뇌세포 개수과 신경섬유의 연결 구조이다. 실제로 갈까마귀같은 경우는 1.2조 개의 뇌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원숭이의 뇌세포 숫자와 비슷하다고 한다. 또 오늘 소개했듯이 3억 2천만년 전에 분화된 조류와 포유류가 뇌 미세구조와 기능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유사성이 있다.
앞으로 '새대가리' 라는 말을 쓸 때는 한 번 더 생각해서 써야겠다.
그것보다 웬만하면 새대가리라는 말보다는 예쁜 말, 고운 말을 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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