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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리뷰/영화 감상

전쟁보다 더 전쟁같은 영화, '1917' 리뷰 / 줄거리 포함 / 전쟁영화 / 최신 / 1차 세계대전 /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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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전쟁영화를 좋아하는가? 나는 전쟁영화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제1,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전쟁영화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상당히 흥미롭고 관심이 간다. 드넓은 전장에 곳곳에 떨어지는 포탄과 울리는 굉음, 고성. 빗발치는 총알들과 흙먼지, 파편들. 육중한 전차들과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눈물겨운 전우애.

 

  전쟁영화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전장의 전율은 나와 같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절망적인 상황이 희망으로 바뀔 때, 끝까지 함께 할 것 같았던 전우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때,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는 나 역시 눈물이 찔끔 나올 때도 있다.

 

  이번에 리뷰해볼 영화는 이러한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 그 중에서도 최신작인 '1917'이다.

 

 

 

  2020.02.19일날 개봉한 영화. 이때가 언제였냐면, 우리나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막 창궐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이때만 해도 시국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 

오랜만에 전쟁영화가 개봉한다길래 너무 기대돼서 혼자 예매하고 보러갔었던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총평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인상 깊고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는 참 많다. 당연히 명작들도 많다. 전쟁영화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그 명성에 걸맞게 현재까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쟁 영화계의 명작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재현한 장면, 그리고 거기에서 보이는 참혹한 모습은 영화를 봤던 대부분의 사람의 기억에 인상적으로 남았을 것이다.

 

  전차병의 이야기를 그린 '퓨리'나, 비록 영화는 아니지만 사실적인 묘사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로 유명한 미드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등, 제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명작들이 참 많으며, 영화 몇 편 본 것만으로도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이 이미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과거 전쟁영화들은 참 흥분되고 재밌다. 참혹한 전장, 그러나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영웅적인 주인공'은 전장을 통제하고, 수많은 적군을 사살하며 결국에는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 연이어 개봉했던 전쟁영화들은 이러한 분위기와는 다른 갈래의 분위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에 이어서, 이번에 소개할 '1917'은 똑같이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며, 전장의 참혹함도 보여주지만, 영웅적인 주인공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정말, 내가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저런 전장에 뛰어들었다면 저러지 않을까 싶을 만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렇기에 뭔가 더욱 현실적인 것 같고, 그렇기에 더 몰입이 잘 되었다고 느꼈다.

 


밑에서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재밌어요.


 

 

 

  내가 덩케르크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주로 '참담함', '적막함', '우울함'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희망'이었다. 적군의 모든 총알이 주인공을 빗겨나가거나, 주인공의 모든 총알이 적을 명중시키는 등 슈퍼히어로 같은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그렇기에 더 집중이 잘 되었다.

 

  이 부분은 '1917'을 보면서도 동일하게 느꼈다. 평범한 일개 병사인 주인공의 입장에서, 적군의 총소리가 울리면 냅다 도망치고, 숨는다. 주인공도 군인이기에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실제로 총을 쏘는 횟수는 많지가 않다. 그도 그럴게, 실제 전쟁에서도 총을 실제로 쏜 군인의 비율이 의외로 상당히 낮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전쟁영웅의 무용담이 아닌, 일개 병사의 기록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던 것이다. 이는 덩케르크도 마찬가지다.

 

 

  '1917'의 배경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1917년 제 1차 세계대전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2차 세계대전에 비해 각종 화기들이 덜 발전해있는 상태이기에, 전투 자체가 보다 원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더 보는 맛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갑갑해지는 적군의 탱크나, 기관총 등이 등장하지 않는 덕분에 말이다.

주인공이 달려다니고, 산을 넘고 강을 넘고, 온갖 역경을 헤쳐가는 데에 온전히 집중을 할 수가 있다.

 

영화의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다.

주인공과 주인공과 짱 친한 전우에게 특별한 임무가 주어진다.

연락이 두절된 예하부대에게 직접 뛰어가서 '공격 중지'명령을 하달하는 것. 파발 역할이다.

애초에 1차 세계대전의 통신대책 자체가 그렇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음, 상당히 있음 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휘부에서는 함정을 파놓은 적군의 계략을 눈치채고, 예하부대의 공격을 취소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연락이 예하부대에 닿지 않는다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셈 아니겠는가?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하달받은 두 병사는 즉시 길에 올라 떠난다.

 

 

 

  가는 길도 참 우여곡절이다. 시체가 가득한 진창을 넘어, 부비트랩이 설치된 적군의 참호를 넘어, 정말 생고생 다한다.

그 와중에 끝까지 함께할 줄 알았던 전우가 어이없게 사망한다.

 

  이 과정이 조금 충격적이었는데, 공중전에서 퇴패한 복엽기 한 대가 불타면서 주인공 일행이 있던 마을로 추락한다.

주인공과 전우는 그 추락한 적군의 복엽기에서 파일럿을 구출해 낸 후, 상처를 보살피고 마실 것도 챙겨주지만, 그 파일럿에 의해 전우가 사망하게 된다.

 

  애초에 전쟁이었던 것이다. 적군과 아군만이 있을 뿐이고, 어설픈 선량함은 독이 될 뿐이었다.

이 장면에서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은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공격 중지 명령을 하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

가는 길은 험난하고, 전우는 잃었고, 정말 막막하다. 그렇지만, 수많은 아군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것이다. 도중에 마주친 무리에서 한 군인의 노래를 듣고 잠시 쉬는 모습은 상당히 여운을 준다. 단지 같은 군복을 입었을 뿐, 이름도 모르고 소속도 모르는 이들이었지만, 모두가 서로에게 의지가 돼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우리의 주인공은 죽지않고 예하부대의 지휘실까지 도착한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만만치않다. 아무리 자신이 지휘부의 명령을 하달하러 왔다고 하더라도, 일개 병사가 마음대로 한 부대의 지휘실까지 도달한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온갖 몸싸움과 처절한 몸부림 끝에 마침내 예하부대의 지휘관에게 도착하여 명령을 하달하지만, 또 일이 복잡하다.

 

  공격준비가 이미 다 끝난 데다가, 이제 막 첫 돌진을 시작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참... 상황이 쉽지가 않다. 이렇게 꼬여버린 상황 속에 이 예하부대 지휘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역시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 갈등과 고민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분위기, 연기 덕분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예하부대 지휘관은 주인공의 공격 중지 명령을 하달받고 공격을 중지한다. 이로서 주인공은 영화 처음 부분에 받았던 임무를 완수하였고, 아군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만, 영화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던 것이다.

 

  초반부에 함께 출발했던 주인공의 전우. 그의 죽음과 유품을 그의 가족을 찾아 전달해주어야 했다.

상대적으로 후방에 자리잡은 의무대, 야전병원에서 그의 형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의 죽음을 알리고, 유품을 전달해주는 그 장면의 분위기는 이루 말로 형언할 수가 없었다.

오열하거나 과장하는 것 없이, 부상자와 사상자가 잔뜩 널린 그곳에서, 담담해 보이게 받아들이며 주인공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줄 뿐이었다.

 

 

  주인공의 기나긴 여정이 막을 내리고, 큰 나무 아래서 잠시 쉬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전쟁이 끝나거나, 주인공이 큰 명예를 얻고 끝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잠시 쉬는걸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적고나니 내용이 정말 별 거 없다. 임무를 받고, 임무를 완수하고, 전우의 죽음을 전달하고는 끝이다.

그 사이사이에 여러 해프닝들이 있긴 하지만, 큰 맥락에서 봤을 때는 그저 해프닝일 뿐이다. 그럼 과연 이 영화가 정말 재밌는 것이 맞는가?

 

신기하게도 정말 재밌다.

 

  애초에 전쟁 자체를 감정과 흥분으로 뒤섞인 도가니가 아닌, 그저 담담하고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긴장감이 없거나 액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영웅의 무용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개 병사의 기록'을 보는 듯한 영화 구성.

'영웅'보다는 '일개 병사'쪽에 감정이입하는 편이 훨씬 수월했기 때문에, 좀 더 몰입이 잘 되었다. 촬영 구도나 연출, 사운드 역시 수준급이었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다.

전쟁을 담담하게.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도 아니고, 참혹함과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으로 표현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담담하게 그려낸 점에 대해서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나같은 일반인 관람객이 이입해서 몰입하기 용이하게, 일반적인 병사가 주인공인 덕분에 이러한 분위기를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분위기나 연출만 보더라도 이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어설픈 교훈 같은걸 주는 영화도 아니고,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담백하고 담담한 영화. 그러면서도 속이 탄탄하여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마음을 움직였던 신기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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