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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리뷰/영화 감상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디즈니 영화 '소울' 리뷰 / 감상평 / 디즈니 명작 / 디즈니 최신작 / 애니메이션 / 만화영화 / 스포일러 / 슈퍼노바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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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평소 디즈니 만화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른이 되고 취직하고 생활이 안정되어감에 따라서 각종 문화생활 여가생활을 최대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활동적인 것을 싫어하는 내게 영화감상이라는 취미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때문에, 새로운 기대작들이 개봉할 때마다 종종 혼자서도 영화관에 가서 보고 오고는 했다.

 

하지만 이것도 벌써 옛날이야기이다. 망할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영화관에 가본 게 언제쯤 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마 '테넷'에 감동받아 혼자서 두세 차례 보러 간 것 말고는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는것도 꺼려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가 그다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던 와중, 그 유명한 디즈니의 신작이 개봉한다는 광고를 접하고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건 보러가야겠다."

 

 

 

  평소 디즈니 영화를 즐겨 보는 편도 아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이건 꼭 봐야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관을 못 간지도 상당히 오래된 데다가, 이름과 포스터로부터 이유 있는 대작의 느낌이 스멀스멀 풍겨져 왔기 때문!

Soul이라니, 이 얼마나 영혼을 울리는 듯 한 이름인가!

  영화에 대한 뒷조사는 하나도 실시하지 않은 채, 곧바로 친구 한 명을 꼬드겨서 영화를 보러 갔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는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최대한의 방역대책을 강구하여 발을 내디뎠지만, 영화관은 기대 이상으로 사람이 없었다... 직원도 관람객도 모두 전무하다시피 했다. 극장가 타격이 장난 아니겠는걸...? 싶다가도, 사람 많은 곳은 원체 싫어하는 성격이라 한적한 이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내가 꼬드겼던 친구가 이 '소울'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 듯했다. 그도 그럴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어엿한 어른인 데다가, 딱 봐도 유치해 보이는 듯한 애니메이션이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그저 보러 가자고 했을 뿐. 나 역시 이 영화가 어떤 주제고, 어떤 줄거리인지 하나도 알지 못한 채 보러 가자고 했기에, 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는 했다.

친구가 이미 포털사이트에 '소울'을 검색해서 어떤 영화인지만 알 수 있도록 줄거리를 살짝 보고 있길래, 나도 궁금해서 같이 봐보니... 

 

출처 - 네이버 영화

 

당최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 줄거리였다. ㅋㅋㅋ 어쩌면 기대만큼 재밌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하며 기대치를 낮추고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밑에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등장합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은 영화를 먼저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영화를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장면은 주인공 '조'가 학교의 기간제 음악교사로서 음악수업을 하고 있는 내용이다. 교실은 상당히 시끌벅적하고 산만한 분위기였으며, '조'는 기간제 선생님답게 학생들 통제에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조'의 피아노 실력은 정말 끝내줬다. 그는 피아노를 칠 때마다 말 그대로 '몰입'된 상태로 곡을 연주했으며, 피아노를 치는 순간의 '조'는 기분이 정말 좋아 보인다.

 

  출중한 피아노 실력을 가졌지만, 학교의 기간제 음악교사로 어정쩡한 나날을 보내는 '조'. 그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학교로부터 '정식 교사'의 자리를 권유받게 된다. 이 소식에 '조'의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은 전부 그를 축하해주며, 드디어 어엿한 직장을 가지게 되는 거라고 자랑스러워했으나, '조'에게는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뮤지션'의 꿈을 좇고 있었고, 음악 교사의 자리에 안착하게 되면 그 꿈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라는 게 자명했던 것.

 

'이상과 현실의 대립'

 

  영화의 초반부 등장하는 갈등이다. 어떻게 보면 흔한 갈등구도이지만, 이만큼 진지하고 깊게 고민해보게 되는 갈등구도도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대립구도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생각해보게 되는 주제인 것이다.

 

  '조'는 학교의 정식 교사 자리를 권유받게 됨과 동시에, 유명한 재즈 뮤지션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의 출중한 피아노 실력을 알아봐 준 이가 있었던 덕분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의 꿈, 이상을 좇아 교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뮤지션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사실 이 사이에도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조'가 사람들의 삶이 시작되기 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영화 관람 전에 보았던 줄거리를 하나도 알아먹을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야기 속의 이야기 때문이었고, 지금 리뷰를 작성하는 나 역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최대한 요약해보자면, 이 세계는 갓 태어난 영혼들에게 역사적으로 위대한 위인들(ex 아인슈타인, 마더 테레사, 등등)이 멘토가 되어서 성장하게끔 도와준 후, 성장한 영혼들을 지구로 보내서 인간의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인데, 주인공 '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쪽 세계로 오게 되어 어쩌다 보니 한 고집불통 영혼의 멘토가 되어있던 것이다.

물론 이는 그 세계의 전산상(?)의 오류였고, '조' 역시 얼른 지구로 돌아가 꿈에 그리던 '뮤지션'으로서 정말 중요한 공연에 시간 맞춰 가야 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은은한 긴장감이 있었다. 

 

  각종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로 웃음을 선사하고, '조'의 어머니에게 '현실'이 아닌 '이상'을 좇기로 결심한 걸 설득시키는 장면에서는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국 '뮤지션'으로서 꿈에 그리던 큰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낸 '조'!

그의 성공적인 공연에 나 역시 감동받고 후련했지만, 영화 '소울'의 주제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경험을 비롯한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고, 후련한 마음과 함께 가족들을 배웅하고, 전설적인 뮤지션에게 인정받아 어엿한 뮤지션이 된 '조'

 

그러나 그의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평소와 같이 퇴근 전철을 타고, 평소와 같은 풍경을 보고, 평소와 같은 집에 도착한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뮤지션으로 데뷔하기만 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던 '조'였기에, 이러한 공허감은 더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꿈을 이루면 새로운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모든 순간이 행복해지고, 더 나은 삶을 살 줄 알았는데, 화려했던 시간이 지난 후에는 공허감만이 밀려왔던 것이다.

 

 

 

  멘털이 부서진 후 어두운 방에서 피아노에 앉아있는 그는 이전에 경험했던 '삶이 시작되기 전의 세계'에서 만났던 어린 영혼과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린다. 그러고는 정말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의미 없는 줄 알았던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이 사실 순간순간, 정말 의미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오직 피아노를 위해 살아왔고, 피아노를 칠 때 행복을 느끼며, 피아노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해왔던 '조'.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길을 걸으며 얼굴에 부딪혔던 상쾌한 바람. 나뭇잎 사이로 산산이 부서지는 햇빛. 이발소에서 챙겨 먹었던 손님용 막대사탕 하나. 아침에 먹었던 피자 한 조각. 지하철역에서 멈춰 서서 들었던 버스킹 공연.

어릴 적, 가족과 함께 하던 순간과 혼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순간 등.

 

이를 깨닫고, 어두운 방 한편에서 눈물을 흘리며 피아노를 연주하던 장면은 정말 영화 인생을 통틀어서 손꼽을 수 있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노바 증후군(Supernova Syndrome)'이라는 증후군을 아는가?

슈퍼노바는 초신성을 뜻한다. 태양과 같은 거대한 항성의 마지막 순간 죽음을 맞이할 때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인 초신성. 듣기만 해도 웅장한 이 증후군은 과연 어떤 증후군인가?

 

  '슈퍼노바 증후군'은 '초신성 심신 소진(Supernova burnout)'이라고도 불리며, 정상을 향해 온 힘을 쏟아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성공을 이룬 뒤 갑작스럽게 허탈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삶의 방향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얼핏 들은 적 있다. 

 

  이번에 개봉한 디즈니 영화 '소울'을 감상하고 나서, 나는 참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던 내 친구 역시 나보다 더 감동받은 채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이제 막 직업을 갖고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 지금. 한 번쯤 누구나 해볼 만한 고민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작품이다.

정말 '어른을 위한 동화'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위로받는 느낌도 들었고, 누군가 공감해주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 역시 어두운 터널 같았던 고시생활을 통해 꿈꿔왔던 목표를 이룬 적 있는 바, 이러한 주제의식에 더 잘 집중했던 것 같다.

 

  삶을 살아가다가 길을 잃은 사람에게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며, 깊게 감명받았던 명대사와 함께 리뷰를 마치겠다.

 

I heard this story about a fish. He swims up to an older fish and says: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어린 물고기)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지.

 

"I'm trying to find this thing they call the ocean."

"전 바다라고 불리는 엄청난 것을 찾고 있어요."

 

"The ocean?" the older fish says,

"바다?"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다.

 

"That's what you are in now."

"그건 지금 네가 있는 곳이야."

 

"This", says the young fish,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this is water. What I want is the ocean!"

"여기는 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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