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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과학자들이 받는 황당한 노벨상 - 이그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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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

 

황당한 연구 연감의 공동 창립자이자 재현할 수 없는 결과에 관한 학술지의 편집장이었던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1991년 노벨상을 패러디한 상을 만들어낸다.

재현해서도 안되고, 재현할 수도 없는 연구에 주는 이 상의 이름은 바로 이그노벨상.

수치스러운, 불명예스러운 이라는 뜻의 Ignoble이라는 단어에, Nobel을 합성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황당한 연구 연감은 기존의 과학 학술지를 풍자한 과학 유머에 대한 학술지로 1995년부터 두 달에 한 번씩 발행되고 있으며, 이그노벨상 역시 여기서 수여하고 있다.

 

엉뚱한 과학계의 종합비타민. 심지어 2001년부터는 과학자들을 위한 특별한 클럽도 운영하고 있는데, 바로 풍성하게 흘러내리는 모발을 가진 과학자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의 명예회원으로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 아이작 뉴턴 등이 있다. 두뇌와 머리숱 모든 것을 다 가진 분들이다.

이상한 클럽을 탄생시킨 사람들이 만든 상이지만, 수상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첫째, 사람들을 웃게 한다.

둘째,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이가 없어서 처음에는 실소를 터트리지만, 이내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연구가 바로 이그노벨상을 받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상인 이그노벨상은 그 시상식도 특이하다.

처음에는 MIT에서 시상식이 열렸으나, 학교 측의 반대로 지금은 매년 9월 하버드 대학교의 샌더스 극장에서 개최된다.

 

시상식에는 무려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하여 상을 수여한다. 특히 수상 소감은 딱 1분 동안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 시간이 지나면 1999년 도입한 희대의 시스템 '미스 스위티 푸'가 무대에 등장한다. 8살 어린아이인 미스 스위티 푸는 수상자를 향해 지겨우니 그만하라며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이에 대한 수상자들의 반응도 다양한데, 더 크게 소리 지르는 사람, 웃으며 내려가는 사람, 시작부터 스위티푸를 찾는 사람, 2003년에는 뇌물로 돈을 주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상으로,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처럼 1절, 2절, 3절, 4절, 뇌절까지 반복하는 교장선생님, 부장님, 사장님, 단장님, 어르신들을 위한 스위티 푸 국내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그럼 이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주요 연구들을 알아보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오랜만에 수상자가 나왔다.

2017년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 쏟는 이유에 대한 연구로 이그노벨 유체역학상을 받은 한지원 씨.

민족사관고등학교 재학 당시 썼던 '낮은 진동에서 커피가 쏟아지는 현상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 덕분에 수상할 수 있었다.

 

단순히 커피를 쏟는 이유뿐만 아니라 커피를 쏟지 않는 방법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주어진 시간 동안 하나의 완전한 형태의 진동이 일어난 횟수를 진동 주파수라고 하는데, 우리가 걷는 동안 컵이 흔들리면 공명현상 때문에 컵 속 커피의 진동 주파수가 높아진다.

따라서, 어떻게든 이 주파수만 낮춰준다면, 커피가 밖으로 덜 튀기 때문에 쏟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커피 위에 거품을 얹고, 컵의 윗부분을 잡은 뒤 뒤로 걷는다.

 

진동 주파수는 낮아지겠지만, 넘어질 가능성은 높아질 것 같다.

 

 

'고양이는 왜 액체일까?'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학자도 있었다.

프랑스 리옹대학교의 앙투안은 '고양이의 유변학'이라는 논문으로 2017년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유변학은 물질의 움직임과 변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특히 기체, 액체, 고체 등의 상태 중에서 물질이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성질을 보이는 현상에 대해 연구한다.

액체이긴 하지만 고체인가 싶은 치약이나, 토마토케첩 등도 연구대상이다.

 

형태를 유지하며 탄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물체는 고체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을 채우는 물체는 액체이다. 연구에 의하면 흥분한 아기 고양이는 고체에 가깝고, 차분한 늙은 고양이는 비교적 액체의 성질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보는 고양이라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액체가 될 수도 혹은 고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당연한 것들도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먹으면 콧잔등을 찡하게 만드는 고추냉이를 공기 중에 뿌려서 곯아떨어진 사람을 잠에서 깨게 하는 연구도 있다.

 

일본 고베에 본사를 둔 '에어워터 세이프티 서비스사'의 직원들이 특허를 낸 '고추냉이 알람'은 2011년 이그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알람 재료로 썩은 계란을 포함해서 온갖 냄새를 테스트했는데, 고추냉이가 가장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이 알람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들이 화재 등의 비상상황에 대피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아주 특별한 과학자의 이야기도 있다. 밀레니엄 버그를 걱정하며 아기들이 태어나던 2000년, 한 청년은 자기장으로 불쌍한 개구리를 공중부양시킨다. 바로 개구리가 반자성을 띠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연구로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그는 그로부터 10년 뒤 다시 한번 시상식 무대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하버드가 아닌 스톡홀름이었다.

바로 그래핀 연구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 가임이다. 모두가 한 겹의 탄소 원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던 와중에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한 매우 창의적인 방식으로 그래핀을 추출한 그는 현재까지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과학자이다.

 

먹어서 살찌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어서 살찌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인류의 숙원, 다이어트와 관련된 연구도 있다.

어떻게 하면 1인분만 먹고도 2인분을 먹은 기분을 낼 수 있을까? 같은 양으로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작은 접시에 음식을 담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2007년 브라이언 완싱크는 주변 환경과 인간의 식습관에 관한 연구로, 이그노벨 영양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뒤에 더욱 유명해졌고, 다양한 방송을 통해 그의 연구내용은 널리 퍼졌다. 그의 주요 연구들이 조작되었다는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놀랍게도 완싱크의 논문들은 통계학적인 오류를 갖고 있었다.

작은 접시에 더 적은 양의 음식을 담았던 학생들이 술을 먹었을 가능성도 무시했으며, 심지어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그릇 크기에 따라 담는 양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수많은 연구에 있어서 통계분석과 결과를 조작하며 사기극을 벌였던 완싱크.

그가 쓴 수십 편의 논문들은 줄줄이 철회되었고, 2018년에는 결국 교수직을 내려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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